백마강에는 낙화암 -46
상태바
백마강에는 낙화암 -46
  • 홍주일보
  • 승인 2020.06.1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왕은 양걸의 하려는 말을 짐작했다.
“고구려 왕의 비위가 틀어질 것임에 틀림없는 줄 아뢰오.”
“과인도 그것을 짐작치 못하는바 아니오.”
하고 왕은 왕비가 하던 말을 그대로 신하들에게 설파하고,
“우리 백제는 오늘부터 고구려의 침범을 막아낼 준비만 하면 되는 것이오. 두 번 겹쳐서 싸우느니보다는 한 번 고구려와 싸우는 것이 손실이 적고 백제를 크게 만들게 되는 일이 아니겠소.”
하고 군사를 움직여 고구려 접경을 방비토록 명했다.
왕의 말을 듣고 보니, 신하는 생각에도 그럴 듯하게 여겨졌다.
왕의 처단을 논란할 수 없게 된 신하들인지라
왕명을 받들어 많은 군사들을 백제와 고구려의 접경으로 보내 고구려군을 막게 했다. 고구려의 침공을 막을 태세다.
한편 백제로 보냈던 사신들의 보고를 받은 고구려왕은 크게 노했다.
“저희와 힘을 합해주지 않는다고, 우리 고구려가 한족의 세력을 쳐부술 뜻을 굽힐 줄 아느냐, 고구려의 힘으로도 능히 한족의 세력을 뽑아 버리리라. 두고 보라. 그 다음 화살이 가는 곳은 너희 백제이리라.”
고구려 왕은 이를 갈았다. 고구려는 낙랑의 여러 작은 나라를 쳐들어가기 시작했다.
한곳, 두곳, 낙랑의 여러 작은 나라들이, 고구려 군사의 발길에 짓밟히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백제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왕마마.”
어느 날 밤, 왕비 보과부인은 조용히 임금을 불렀다.
“무엇이오?”
“한 번 더 국사에 대한 말씀을 올리는 영광을 주소서.”
“무슨 소리요? 과인은 비의 총명으로 나라를 크게 기르고 위신을 잃지 않고 있거늘, 무슨 말이건 비의 말을 듣지 않으리오. 과인이 미쳐 생각지 못한 게 있으면 깨우쳐 주오. 비는 백제의 국사요, 과인의 군사고, 과인의 거울이며 뜻이오.”
책계왕은 더없는 찬사를 왕비 보과부인에게 퍼부었다.
“황송하오이다. 과찬은 거두소서. 아뢰올 말씀 올리기 송구하옵니다.”
“허어, 무슨 소리,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과인의 말을 과찬이라니.”
“그러하오나……”
“지나친 겸양도 예의에 어긋나오. 하려던 말이나 해 보오.”
“황은을 감수하옵고 아뢰옵니다.”
“말해 보오.”
“들리는 바 고구려가 파죽지세로 낙랑군의 작은 나라들을 치고 있다 하지 않사옵니까?”
“그렇다 하오. 곧 비의 아버지 나라 대방까지 쳐들어갈 기세라 들리오.”
“대왕마마.”
“음.”
“대방을 치고 나면, 그 다음 고구려의 발길이 어디로 갈는지 아시옵니까?”
“글세?”
“백제이옵니다. 우리 백제로 쳐 들어올 것임에 틀림없사옵니다.”
“그럴까?”
“고구려는 지금 우리 백제를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사옵니다. 자기들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우리를 미제 여기고 있사옵니다. 그 고구려가 승리의 기세에 힘입어 틀림없이 우리 백제로 발길을 옮길 것이옵니다.”
“이미 그 일을 알고 고구려 접경에 방비를 하고 있지 않소. 결과는 싸워봐야 알 일이지만, 호락호락하게 고구려 군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오. 오랫동안 키워 온 우리 군사들의 힘이 아니오.”
“그러하오나 대왕마마.”
“말해보오. 비의 생각은 언제나 과인보다 앞서고 있으니……”

“싸움은 언제나 먼저 손을 쓰는 편이 유리한 것이옵니다.”
“그야 다시 이를 말이오.”
“그러하오니 고구려군이 사기를 떨치고 닥쳐오기 전, 먼저 우리가 고구려를 치러 나감이 유리하지 않겠사옵니까.”
“우리가 먼저 고구려군을 치러나간다……”
“네, 대방을 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고구려의 뒤에서, 고구려를 치게 되오면, 고구려군은 가운데서 싸우게 되지 않겠사옵니까. 앞에선 대방과 싸우게 되고 뒤에선 우리 백제와 싸우게 되고.”
“음.”
“그렇게 되오면 우리 백제는 우리의 힘만으로 고구려와 싸우는 게 아니고, 대방과 함께 고구려와 싸우게 되는 것이라, 힘은 적게 들고, 이득을 보게 될 것이 아니옵니까. 대방이 우리와 힘을 합해 싸우는 형상이 되니까요.”
고개가 끄덕여지는 왕비의 말이었다.
백제 혼자 막아야 할 고구려를, 대방과 함께 막아내게 되는 것이니 힘이 덜 들 것은 뻔한 일이었다.
백제로선 해볼 만한 일이었다. 백제도 좋게 되고 대방도 좋게 된다.
대방의 힘을 빌리면서도 대방을 돕는 폭도 되니, 장인 나라에서 생색도 내게 된다. 일석이조의 득을 얻는 셈이다. 싫을 리가 없었다. 왕은 날이 밝음을 기다리지도 않고, 군사를 움직이라는 명을 내렸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