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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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48
  • 한지윤
  • 승인 2020.07.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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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낙랑의 서현을 단숨에 물리쳐 버리고 그 영토를 차지해 고구려보다 먼저 낙랑 서현을 차지했다. 
분서왕은 마음이 후련해졌다. 부왕인 책계왕의 원수를 갚은 것 같이 기뻤다.
분서왕은 승전고를 울리며 군사들을 거둬들였다.
부왕의 원수도 갚고, 낙랑땅을 얻어 영토를 넓혔다. 축승 잔치가 없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분서왕은 새로 얻은 낙랑 서현 땅에서 크게 축승 잔치를 베풀었다.
왕과 장수들은 물론, 군졸들이 다 같이 즐기는 잔치였다.
질탕하게 먹고 취하도록 마신 장수와 군졸들은 노래하며 춤추고 흥겹게 뛰놀았다.
그리고는 천하 태평으로 곤드라졌다.
승리감과 취흥이 함께 곁들인 왕은 자리에 누웠고 스르르 눈이 감기고 소르르 잠에 달려들었다. 몇날 몇밤 행군을 했고, 몇날 몇밤을 싸우느라 피곤했던 까닭이었다.
얼마 쯤 잤는지 왕 자신도 알 리가 없었다.
악몽을 꾼 양, 왕은 소스라쳐 놀라 눈을 떴다.
“앗!”
왕은 다시 한 번 소스라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늦었다. 이미 왕의 가슴엔 비수가 꽂혔다.
자객이었다.

“자객이다.”
왕은 가슴에 박힌 비수를 뽑으며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왕의 침소로 달려오는 장수나 군졸이 하나도 없었다. 취한 나머지 곤드라진 그들 모두는 백제의 장수요, 군사들이었다. 왕의 외치는 소리를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세상모르고 코를 골면서 자고만 있을 뿐이었다.
왕은 가슴에 꽂힌 비수를 뽑아 들고 자객에게 달려들었다.
가슴에선 콸콸콸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후당탕 퉁탕, 소리가 요란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왕을 호위하던 장수들이 눈을 뜨고 일어나 자객이 왕의 가슴에 칼을 꽂았음을 알았다.
우르르 백제 장수들은 왕을 찌른 자객에게 달려들었으나 자객은 달아날 수도, 싸울 수도 없음을 알았던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까닭을 알아내고 죽여라.”
그러나 왕은 잡힌 자객의 문초가 끝나기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피를 많이 흘리기도 하고, 또 비수에는 독이 묻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객은 낙랑 태수가 보낸 한인이었다.
책계왕은 한인인 보과부인을 아내로 삼았던 때문에 한인의 화살에 맞아 죽었고, 분서왕은 한인의 어머니를 두었기 때문에 한인 자객의 손에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커가는 백제의 황금시절

백제는 제13대 임금 근초고왕(近肖古王)과 제14대 임금 근구수왕(近仇首王)대에 이르러 그들의 황금시절을 맞게 되었다. 이 때 백제는 경제가 발달되고 군사가 강하여 고구려와 같은 강한 나라의 공격도 수차례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평양성까지도 두 번 씩이나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기원 369년, 즉 근초고왕 24년 9월이었다. 고구려의 고국원왕은 친히 보기병 2만을 이끌고 백제로 쳐들어왔다. 날랜 고구려 군사들은 물밀 듯 남쪽으로 밀고 내려와 어느덧 치양성을 함락시켰다.
“대왕, 고구려 왕이 친히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와 치양성을 깨뜨렸다 하오, 이제 저희들은 한산을 향하여 내려올 것인즉 대왕은 사신을 띄워 좋은 말로 달래든지 아니면 잠시 남으로 피하든지 하는 것이 좋을 줄 아오.”
좌평의 벼슬에 있는 진정이 고구려 군사들의 서슬에 겁을 먹고 허겁지겁 뛰어들어와 근초고왕에게 아뢰는 말이었다. 즉 사신을 파견하여 사죄하든지 도망하든지 하라는 것이었다. 왕후의 친척으로 성질이 괴벽하고 포악하여 권세만 믿고 평소에는 하늘이 낮을세라 기고만장해서 날뛰던 그가 적들이 쳐들어온다고 하니 그의 간이 콩알만해진 것이었다.

“진좌평은 왜 그리 놀라오? 고구려 군사들이 아무리 날래다 하여도 그들이 신병이 아닌 이상 어찌 바람소리만 듣고 도망치겠소? 그리고 저희들이 우리를 와서 치는데 우리 쪽에서 사죄하다니 어찌 그게 온당한 말이요? 진좌평은 이제 보고만 있소.”
근초고왕은 아니꼬운 눈초리로 진정을 쏘아보면서 그 어떤 자신을 가지고 결연히 말하였다.
진정이 물러가자 왕은 곧 태자를 불러들였다.
“고구려 군사들이 치양성을 깨뜨린 후 민가와 백성들을 약탈하기에 급급한 것을 보아 더 쳐내려 올 뜻이 없고 이제 곧 물러갈 기미가 보이니 태자는 군사를 거느리고 지름길로 달려가서 적군을 급습하라.”
“부왕, 분부대로 적군을 물리치고 돌아오리다.”
패기만만한 태자는 철기 5천을 거느리고 지름길로 치양성을 바라고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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