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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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50
  • 한지윤
  • 승인 2020.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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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구려 군사들은 수 만 명이 된다고 하지만 모두 가짜 병졸들로 수를 채운데 불과합니다. 그중 강한 군사들은 붉은 기폭을 든 것뿐이고 고구려 왕은 그 속에 있습니다. 태자께서 우선 그것을 깨뜨리면 그 나머지는 치지 않아도 저절로 무너질 것입니다.”
“그게 참말인가?”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으면 저의 목을 베고 참말이라면 소인의 그전 죄를 용서해주시고 백제로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그야 어렵지 않지!”
그 이튿날 태자는 사기를 군중에 가두어놓고 그의 말대로 붉은 기폭을 든 적군만 집중 공략하였다.
고구려군은 백제 군사들의 집중 공격을 당해내지 못하고 드디어 쫓기게 되었다.
아니나다를까 나머지 군사들은 저절로 무너져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고구려군이 쫓긴다! 저기 붉은 기폭을 든 군사들 속에 고구려 왕이 있다. 고구려 왕의 목을 베어라!”
태자는 백제군을 휘몰아 수곡성 서북쪽까지 고구려군을 쫓아갔다. 적군은 놀라고 지쳐 일대 수라장을 이루었다.
“고구려 왕의 목을 베일 때가 왔다. 나를 따라오라!”
태자는 고구려 왕을 바라고 준마에 채찍을 계속해서 얹었다.
바로 그 때 누군가 말고삐를 잡는 사람이 있었다.
“태자 잠깐만!”
태자가 놀라서 내려다보니 막고해라는 부하장수였다.
“고구려 왕의 목을 당장 베게 되었는데 장군은 왜 이러오?”
“태자, 잠깐만! 옛날 병법을 읽으면 ‘궁한 도적을 쫓지 말라’했고 도가의 말을 들으면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했으니 지금 얻은 바도 적지 않은데 어찌 더 바랄 것이 있겠습니까?”

막고해는 말고삐를 단단히 거머쥐고 타이르듯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태자는 크게 느끼는 바가 있어, 
“옳소, 장군의 말이 지당한 말이오. 내가 가벼워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 했소.”
하고는 더 추격하지 않고 승리한 군사들을 이끌고 한산으로 돌아왔다.
근초고왕은 태자가 두 번씩이나 고구려의 대군을 물리치자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왕은 연일 큰 잔치를 베풀고 태자와 막고해 등 장수들을 위로하였다.
“우리도 이젠 가만히 앉아서 적을 막기만 할 수는 없지 않소. 쳐들어가서 본때를 보여주어야지!”
백제 군사들의 힘에 자신을 얻은 왕이 말하자 장수들도 입을 모아 동조하였다.
“옳습니다. 쳐들어가서 고구려 놈들의 콧대를 꺾어놔야 합니다.”
이리하여 백제는 고구려를 칠 준비를 다그치게 되었다.
371년 겨울, 근초고왕은 드디어 태자와 함께 3만의 정예한 군사를 거느리고 고구려로 쳐들어갔다. 고구려의 대군을 두 번이나 연속 무찌른 백제 군사들은 기세충천하여 어느덧 고구려의 남방중진인 평양성 근처에 이르렀다.
백제 군사들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를 받은 고국원왕은 또다시 대군을 거느리고 나와 싸웠다. 백제군은 용기백배하여 돌격하고 고구려군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싸웠다.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하여 양군이 다 지칠대로 지쳤다. 전초진에서 육박전을 벌리던 두 나라 군사들은 거의 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으며 많은 병졸들은 거의 다가 서로 부둥켜안고 죽었다.
양군 진중에서는 햇빛을 가릴 정도로 화살을 새까맣게 날리고 있었다.
“백제 군사들이 지쳤다. 냅다 쳐라!”
고구려 왕은 양군이 다 지친 것을 보고 고구려의 우세한 군사들을 휘몰아 적진을 짓밟아 버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때 ‘위ㅡ잉’하고 헛살이 날아오더니 왕의 가슴에 꽂혔다. 왕은 그만 큰 소리를 지르며 말에서 떨어져 곧바로 숨을 거두었다.

“고구려 왕이 죽었다. 들이쳐라!”
근초고왕은 고국원왕이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백제군을 휘몰아 다시 맹공격을 퍼부었다. 왕을 잃은 고구려 군사들은 평양성에 들어가 성문을 닫고 굳게 지켰다.
근초고왕과 태자는 백제군을 휘몰아 평양성 밑까지 추격해갔다. 죽은 듯 조용한 평양성 내에서는 짐승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승리에 도취한 근초고왕은 평양성의 높은 성곽을 바라보면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고구려 군사들은 이제 왕을 잃고 모두 얼빠져 있으니 이제 평양성을 깨뜨리면 환도성도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러자 이번에는 태자가 왕의 말고삐를 잡았다.
“부왕, 고구려군의 성 지키는 재주는 아무도 따를 수 없습니다. 게다가 평양성은 높고 험하여 우리가 쉽게 깨뜨릴 수 없는 줄로 압니다.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하였으니 고구려 왕까지 사살하고 이미 얻은 바도 적지 않으니 이젠 그만 회군하는 것이 좋을 줄 압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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