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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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능력, 태도
  • 한학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11.12 08: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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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피카르트는 《침묵의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이 나온 침묵의 세계와 자신이 들어갈 또 하나의 침묵의 세계 사이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 과정은 참으로 치열하다.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다보면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끊임없는 투여를 필요로 하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줘야한다. 노력의 다른 이름은 방황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품을 팔아 개척지를 찾는 거다. 지식, 사상, 철학, 재능, 기능처럼 함께함으로써 더욱 빛나고 가치가 변하지 않으며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거다. 가치혼재나 가치부재의 바탕 위에 세워진 삶은 사상누각이다. 그래서 목표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다.

침묵은 응시와 동격일 테다. 응시는 사물을 무심히 스쳐 지나치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거다. 매일 무심히 걷던 길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때 그 길은 비로소 새 길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크기는 내가 인식하는 시선의 범위 만큼인 거다.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보았네”, “면벽한 노승 눈매에 미소가 돌아” 하며 철학적 시선을 말하는 시인도 있지 않은가. 고 신영복 교수는 “기다림은 더 많은 것을 견디게 하고, 더 먼 것을 보게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을 갖게 합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모든 것을 참고 견디게 하고, 생각을 골똘히 갖게 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자기의 자리 하나 굳건히 지키게 해주는 옹이같이 단단한 마음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관대하고 비판을 두려워하면 미래는 없는 거다.

더 가짐으로써 행복하려는 자세는 정상에 바위를 밀어 올리려는 시시포스의 신화에 불과하다. 일정수준 이상에서는 그 대상이 개인이 아닌 사회를 지향함으로써 욕망을 다스려야 하는 거다. 예술가들은 비록 가난하더라도 행복의 밀도가 높다고 하지 않던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태도인데 어떤 태도를 지녔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거다. 공자는 “청년기에는 혈기가 차오를 때이므로 욕망을 다스리고, 장년에는 혈기가 가득할 때이므로 싸움을 경계하고, 노년에는 혈기가 쇠퇴할 때이므로 탐욕에 주의하라”고 말한다. 헬렌 켈러는 신체적 장애라는 불운을 타고났지만, 설리번 선생을 만남으로써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퀸스 존스는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세 장의 앨범 <어프 더 월>·<스릴러>·<배드> 등에서 함께 작업했던 프로듀서다. 그가 음반 프로듀서로서 마이클 잭슨을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준 것이다. 부단한 절차탁마의 과정 어느 길목에서 만나는 귀인이 멘토일 게다.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프레임이라 한다. 따라서 프레임에 갇히는 것은 교도소에 나를 가두는 것과 같다. 맥락화의 함정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자본과 권력의 두 바퀴가 시대의 의제를 생산하고 역사발전의 방향성을 주도하는 형국에서는 특히 강력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 화가 끓어올라 욱할 때도 딱 몇 초 동안 호흡을 가라앉히면, 분노의 불길이 깡그리 사그라진다. “나는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걱정거리들이 많았는데, 그것들 대부분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었다”고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말한바 있다. 가능하다면 사람을 만나되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하되 낯선 땅을 밟고, 독서를 하되 생소한 분야를 읽어야 한다. 생소한 것들이 부단히 나를 자극할 때 그 자극에 의해 지각이 갈라지고 그 틈새에서 물리(物理)가 터져 나오는 거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그리움의 자양분 속에서 희망이 싹트고 성취가 보이는 거다. 그 속에 바로 자아실현의 길이 있지 않겠는가.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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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2020-11-13 14:30:14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020-11-13 14:29:05
잘 읽었습니다. 욕망.싸움.탐욕을 조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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