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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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사람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11.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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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열등감이 있다. 열등감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괴롭힌다. 하지만 열등감은 인간이 지닌 잠재력을 발달시키는 자극제가 되어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한 능력을 갖게 하기도 한다.

M양은 20대 직장인이다. 몇 개월 전부터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 에어컨을 켜고 방바닥에 누워있는데 웃음이 피식 나왔다. 너무 행복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매일매일 마시던 술도 끊고 개인 피티(PT; Personal Training)와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체중을 25kg 감량했더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했다. 그래서일까. 더욱 더 빛날 자신의 30대를 기대하며, 사랑한다 ○○○! 라고 연인에게 고백하듯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M양은 열 살 때까지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 댁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지만 대화를 한 기억이 거의 없다. 간혹 엄마와 이야기를 할 때면 ‘너는 왜 병신 같은 말만 하냐!’는 등의 비난을 받았고, 학교에 다녀오면 거의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 M양은 친구들이 여러 학원에 다니는 것이 부러웠다. 엄마랑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서 혼자 눈물을 훔치곤 했다. 엄마는 항상 노름과 술을 즐겨했고, 어느 때는 자신과 언니에게 부엌칼을 들이대며 함께 죽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엄마가 술에 취해 들어오거나 늦게 귀가하면 불안감이 급증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M양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매우 내성적이며 말이 없는 아이였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책을 읽으라고 지시하시면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고, 안녕이라는 말을 친구에게 못해서 모른 척 한다고 오해를 받는 극단적으로 내성적인 아이였다. 보통 왕따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지만 M양은 항상 혼자였기에 왕따라기보다 외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열등감은 연약한 인간에게 자연이 준 축복이며, 우월감의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강한 힘이고, 인간이 지닌 잠재력을 발달시키는 촉진제로써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인간의 모든 문화사도 사람의 불안과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역사라고 하였다.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없는 열등감이 인간을 우주에 갈 수 있게 했고, 표범처럼 빨리 달릴 수 없는 열등감이 인간에게 자동차를 안겨줬으며, 허약한 신체를 가졌다는 열등감이 인간을 지구의 생물 중 가장 뛰어난 의학을 가진 존재로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M양은 가난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열다섯 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합기도와 춤도 배워서 친구들로부터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다. 어깨가 으쓱해졌다. 어느 해에는 마라톤대회 때 등 수 안에 포함돼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부모님은 ‘이왕 할 거면 1등을 해야지’라는 조롱 섞인 비난을 할 뿐, 기대했던 칭찬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국가자격증을 취득했고, 그 자격증으로 졸업 후 취업도 했다. 낮에는 직장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야간대학에 다녔다. 그런 상황에서도 부모님에게 집을 마련해드리기 위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열심히 살았다. M양은 돈과 집,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열등감이 매우 높았다. 너무나 힘든 삶을 잠시나마 술로 잊어버리고 싶어서 매일매일 술을 마셨다. 그로 인해 몸의 체중은 계속 늘어났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보였다. 그러던 중 친구들 앞에서 춤을 췄을 때 받았던 칭찬, 마라톤으로 인해 주변인들로부터 받았던 부러움의 시선이 떠올랐다. 그래서 ‘1년 몸짱 되기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자 성취감을 느꼈다.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일은 하지 않고,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자신을 무시하는 어머니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동안 쌓여 있던 서러운 감정을 어머니에게 말했다. 스스로 집을 나왔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공간을 처음으로 가졌다. 친구들은 부모님의 지원으로 학원과 대학을 다니고, 여유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볼 때면, 서러움과 부러움, 열등감 같은 복잡한 감정이 몰려오지만, 자신의 힘으로 성취하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꿋꿋이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람들도 열등감을 지녔던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열등감을 극복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학력이 없었던 링컨, 신체 열등감을 지녔던 루즈벨트, 가난한 록펠러, 청각장애의 베토벤, 저능아란 소리를 들었던 소크라테스 등이 열등감을 극복해 성공한 사람들이다. 

내가 M양과 통화를 하거나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격려(encouragerment)였다. 격려는 용기를 내게 하고 지지하는 언어적 행위를 넘어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너를 좋아한다’는 인간 본성에 대한 기본적인 상담자의 태도이자 마음 자세이다. 상담자와의 만남을 통해 격려를 받은 M양은 자신의 열등감을 에너지로 삼아,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어려운 삶을 견뎌내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M양의 모습이 아름답다. M양의 빛나는 30대가 기대된다.

열등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열등감을 느끼는 부분에 당신의 감정이 있다. 당신의 꿈이 있다.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 마음의 에너지를 모아 노력하면, 열등감은 탁월함으로, 독특함으로 변화된다. 당신의 열등감이 아름다움으로 변화되기를 응원한다.

 

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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