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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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아요”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4.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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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서예교실의 유영자 할머니(85세)


“서예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 못지 않습니다”
85세의 유영자(홍성노인종합복지관 소속) 할머니의 늦깎이 서예사랑이 황금빛 노후를 준비하는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2005년부터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서예교실에 들어가 일주일에 1번, 하루 2시간씩 한문 서예를 시작한 유 할머니는 올해로 7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매주 수요일마다 복지관을 찾는다. 35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이는 서예교실에서 유 할머니는 나이로도 경력으로도 최고 고참이지만 서예교실의 모든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광시면 노전리 자택에서 기자를 맞이한 유 할머니는 “특별한 일도 아닌데 이렇게 먼 곳까지 왕래해 주어 고맙다”며, “남들이 생각하기에 노인이 붓글씨를 쓰는 것을 별스럽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노인종합복지관을 다니면서 아픈 곳 없이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게 아마도 붓글씨를 쓰며 마음을 편안히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기뻐했다.

글을 벗하는 할머니의 고상한 취미를 반영하듯, 홀로 지내는 할머니의 안방은 묵향으로 가득했다. 깨끗하고 너른 방 한 켠의 작은 앉은뱅이 탁자위에는 방금 전까지 붓글씨 연습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대충 말아 놓은 화선지를 빽빽이 채운 먹글씨에서 젊은이도 흉내내기 힘든 필력이 엿보였다.

유 할머니는 서랍장에 서예관련 대회에서 받은 상장들과 노인종합복지관 동료들과의 추억이 듬뿍 묻어나는 사진첩이 고이 보관돼 있었다. 단정한 손길로 상장들과 입선했던 대회의 도록을 넘기고, 사진첩에 담긴 추억들을 일일이 회상하는 유 할머니는 “남편을 2007년에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그해 11월부터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서예교실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병환 선생님의 지도로 7년째 붓글씨에 매진하고 있는 유 할머니는 근면성실한 배움에 대한 자세는 물론, 전국의 각종 서예 공모전에서 종종 입선되리만치 서예 실력도 짧은 경력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다. 특히 제7회 전국노인서예대전과 제12회 대한민국백제서화공모대전 등에서 입선한 경력이 있는 유 할머니는 “모든 것이 서예 스승인 우병환 선생님의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변변치 않은 솜씨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붓글씨를 연습해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소박한 포부를 전했다. 아울러 유 할머니는 “늦은 나이에 취미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즐거운 일”이라며 “늦은 나이라고 집안에서만 생활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생활을 찾아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것이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할머니의 왕성한 서예 활동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조력자들은 유 할머니의 또 다른 소중한 재산이었다. 유 할머니를 매주 노인종합복지관까지 직접 모시는 권태훈 씨 부부와 역시 출근길에 홍성으로 할머니를 모셨다는 혜전대학교의 윤명길 과장을 소개하는 할머니의 살뜰함에 ‘인복(人福)은 곧 인덕(人德)’이라는 명언을 떠올렸다.

각자 일가를 이룬 4남매의 무탈한 삶을 소망하며,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픈 곳 없이 매주 노인종합복지관에 가서 동료들과 즐겁게 서예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유 할머니의 인생2막에 가슴에서 우러나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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