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에 생각해 보는 장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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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에 생각해 보는 장묘문화
  • 윤용관 홍성군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승인 2012.05.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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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관 홍성군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요즘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에게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꽃피고 신록이 우거지는 봄엔 결혼식장 예약을 하려고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지만 올해는 가을 이후로 결혼식을 미루고 있다.

그 결과 예식장은 물론 백화점 혼수코너, 피로연 식당, 신혼여행지 숙박업소, 꽃가게까지 웨딩업 전체가 손님이 없어 울상이다. 반면 수의가게, 묘 이장 대행업소, 화장장 등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바로 윤달 때문이다.

윤달의 의미
윤달의 사전적 의미는 ‘윤년에 드는 달로 달력의 계절과 실제 계절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1년 중 달수가 평년보다 많은 달’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예로부터 달의 움직임에 따라 생활해 온 우리 조상들은 달이 차는 주기를 기준으로 삼는 태음력을 사용해왔는데, 이러한 태음력에서는 한 달이 29.5일로 1년이 354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력의 1년 365일과 비교했을 때, 1년에 11일이 부족하다. 따라서 계절과 역월이 맞지 않을 수가 있어, 3년에 한 번, 정확히 말하면 19년에 일곱 번의 윤달(19년7윤법)을 만들어 태양력과 차이를 인위적으로 바로 잡아 주고 있다.
어찌됐던 이런 이유로 윤달이 생겨났고, 평년보다 한 달이 더 있다고 하여 공달, 덤달, 여벌달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윤달은 무슨 일을 해도 신벌을 피할 수 있다?
민간에서 윤달은 무슨 일을 해도 손을 타거나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여겨, 평상시 귀신의 노여움을 살까봐 미루었던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하곤 했는데, 주로 이사나 집수리 또는 혼례를 올리거나 조상의 묘를 단장하는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윤달은 정상적인 달이 아닌 남는 달이기 때문에 조상이나 귀신들이 모르는 달이라 감시를 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사를 하는 경우에는 귀신의 방해를 받지 않아 길일로 여기는 반면, 혼사를 치를 때에는 조상님들이 찾아오지 못한다고 여기면서 윤달에는 아예 결혼을 해서는 안 되는 달로 인식이 변해버린 것이다.

반면,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믿어 수의를 마련하고 산소를 손질하거나 이장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 예로 우리군 금마면에 소재하고 있는 홍성추모공원에서는 올해 윤달을 맞아 용량을 풀가동하여 하루 평균 35건의 개장유골을 화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묘제도
98년말 기준으로 전국의 묘지는 2000만기 이상으로 면적은 998㎢에 이른다.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 묘지는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 계속 늘어나면서 더 이상 묘자리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삼천리금수강산’이 ‘묘지강산’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더구나 묘지의 약 40%는 후손이 관리하지 않는 무연고로서 흉물로 방치되고 있으며 국토의 효율적 관리를 저해하고 있다.
또한, 묘지 전체의 69%가 개인묘지이며, 이 중 70%가 다시 불법묘지이다. 국민 1인당 평균 주거공간은 4.3평인데, 묘지면적은 평균 15평에 달해 주거공간보다 3~4배 더 큰 실정이다.

외국의 장묘문화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도심지역에 묘지를 추모공원으로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주로 도시 안에 자리 잡고 있어 평일에도 자주 참배하는 추모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연간 평균 사망자 수가 600만 명에 달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땅이 묘지 터로 변하고 있었는데, 모택동이 이끄는 혁명정부가 1956년 마침내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문화혁명’을 시작했다. 세계인구의 20%가 넘는 12억의 인민들이 세계경작지의 7%밖에 안 되는 땅에서 먹고 살아야만 하는 현실에 비춰 볼 때 화장제도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홍콩의 묘지 제도는 우리보다 30~40년 앞서 있다. 63년부터 국가에서 적극적인 화장 권장정책을 실시해 현재 화장율이 75%에 이르고 있다. 또 묘지 순환을 위해 6년 동안만 매장토록 하는 시한부 묘지제도를 70년에 이미 도입했고 묘 면적도 0.65평 이하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사람이 죽으면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사찰에 시신을 안치하고 장례절차를 마친 후에 바로 영구차로 화장터로 향한다. 예전에는 산에 납골당을 크게 만들었으나, 현대사회에서는 자기가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 납골당을 설치한다. 납골당은 1인 1납골실이 아니라 조상 전체를 한 납골당에 모시는 것이 풍습이다.
또한, 선진국의 화장율을 보더라도 영국 70%, 홍콩 75%, 네덜란드 98%, 일본 99%, 중국은 거의 100%로 화장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의 발전 지향적 장묘문화
우리나라의 매장문화를 화장문화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지도층부터 「화장유언 남기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 몇 년 전 대기업 회장이 자신의 화장을 유언으로 남겨 화제가 된 이후 점차 화장인구가 늘어 최근 60%대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또한 선진국처럼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시인근의 추모공원으로 조성이 필요하다. 매장 공간 부족, 개발의 걸림돌, 국토훼손, 관리비용 증가 등 매장문화에 대한 문제점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도 풍수지리사상에 따른 관습으로 화장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부분 존재하여 화장문화 확산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하루 빨리 개인묘지의 제한, 시한부 묘지제도의 도입, 묘지면적의 축소, 사문화된 묘지법의 개정 등 화장과 납골문화 정착을 유도하고 사회지도층 인사부터 솔선 참여하여 전 국민의 공감대 확산이 시급하다.
그것이 묘지강산을 아름다운 삼천리금수강산으로 되돌려 놓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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