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양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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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고양이 사랑
  • 임태환 <갈산면 내갈리>
  • 승인 2021.09.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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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사립문을 열고 나가면 벌써 고양이 두 마리가 문 앞에 쭈구려 앉아 있다가 야옹야옹 소리지른다. 검정고양이와 바둑고양이가 밤새 어디서 자고 왔는지 모르지만 일찍도 와 있다.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달라는 소리다.

필자는 80대 중반의 촌로이다. 일찍이 어려운 시대를 경험하고 살아온 세대인지라 그런 고양이를 볼 때마다 옛 생각이 나곤한다. 이른 아침, 부뚜막에 연기가 피어날 즈음이면 아침밥을 구걸하는 걸인들이 매일 다녀가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 해가 뜨면 어김없이 찾아와 아침밥을 달라 한다. 

“상에다 차려다 주어라~”하시는 아버님 말씀에 초라한 밥상이지만 고맙다고 몇 번이고 고개를 조아리던 걸인들이 생각난다. 주인 없이 살아가는 길고양이들도 불쌍하고 안타까운 생각에 먹고 남은 생선 찌꺼기에 밥 한술 얹혀주면 어느새 먹어 치운다.

이웃 주민들은 고양이 밥을 주지 말라 한다. 다른 고양이들까지 모여들어 민가를 귀찮게 한다고 말이다. 귀찮은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생선을 건조해 먹을 수도 없고, 음식을 보관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아무 곳에나 방뇨해 위생상 불결함은 물론 도둑고양이가 되어 방심하면 안 된다.

동물보호법 14조와 15조에 따르면 길고양이들도 보호대상 동물이다. 없어졌으면 편하겠지만 주인 없이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귀엽게 생긴 고양이를 보면 쓰다듬고 만져주고도 싶지만 도둑고양이라 잡아볼 수도 없다.

인가 근처에 살아가는 길고양이를 사람이 돌보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갈까. 옛날처럼 쥐나 개구리 같은 먹이도 없어진 지 오래됐는데 그런 생각에 고양이 밥그릇을 채워준다.

더구나 길고양이는 교란 종으로 개체 수는 자꾸 늘어나는데 법적으로만 보호대상이지 어떻게 한다는 것도 없다.

우리 인간도 자연을 순응하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갈 것이다. 생명의 존중함을 느끼며 길고양이들도 자연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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