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문제를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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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문제를 다시보자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3.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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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다. 세상의 사리를 분별하고 지나간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를 내다볼 나이가 되면, 어느새 내가 살고있는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이러한 표어가 전국 각지에 널려있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전쟁을 겪고 난 후 원조로 살아가던 당시는 세계 최빈국에 속했는데, 춘궁기의 보릿고개를 겪으면서도 베이비붐이 일어났던 시기다. 흔히 말하는 1958년 개띠해에는 무려 90만 명이 새롭게 태어나기도 했는데, 이후 매년 100만 명이 넘게 출생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지금보면 우습기 그지없는 이러한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됐던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6.0이었다. 한 여성이 평균 6명을 낳았던 시절이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표어가 등장한 이래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뤘으나,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경제 위험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합계 출산율 0.8, 총 출생자는 27만명에 그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부터 인구가 자연 감소하기 시작해 앞으로 2030년에는 충남 전체의 인구에 해당하는 220만명 이상의 경제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 홍성의 경우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12월 기준으로 10만을 약간 넘었던 홍성의 인구는 2022년 2월 현재 9만 9260여 명에 이르는데, 한동안 10만 인구를 유지하더니 하향의 추세를 탄 이후로 좀처럼 회복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 보령시의 인구도 10만이 무너졌고, 예산군의 인구도 8만 이하가 된 지 오래며 논산시 공주시의 인구도 10만을 위협받고 있다. 서천군은 5만명, 청양군은 3만명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다. 

2021년도 홍성통계연보에 의하면, 홍성군에서 매일 1.5명이 태어나는데 비해 사망자는 2.4명이나 발생하고 있다. 꾸준하게 인구유입이 되는 홍북읍을 제외한 10개 읍면에서의 1년간 사망자는 총 551명으로, 출생자 51명에 비해 열 배 이상이나 높다. 현재로서는 인구 감소가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는 않지만 2025년에는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의 노령이 되고, 2030년 이후에는 인구절벽을 체감하게 되는 여러 사회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니 심히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지난해 근·현대 구술채록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지역의 사라진 학교에 대해 조사한 일이 있었다. 한때는 수백여 명에 이르는 학생들로 붐볐던 관내 초등학교 대부분이 이제는 마당에 잡초만 무성히 자라는 폐허로 변해있었다. 당시 학교의 모습을 증언해 주시는 여러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분들의 설명도 하나같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1970년대 광천읍의 인구가 2만 4000여 명에 이르던 시절에는 관내 초등학생 수가 3만 명을 웃돌았다고 하니, 가히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위태롭다는 사립대학들도 현재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으며 역시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인구가 많아져도 걱정인 수도권과는 달리, 대부분의 농촌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해 경제생활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더 이상 농사 지을 사람이 없어 놀리고 있는 땅이 보통 많아진 게 아니다. 농사만 그런가, 인구가 늘지는 않고 자꾸만 감소해가는 소규모 시골에서는 주민이 없어 마을 공동체마저 유지되지 못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실제 2020년도 한 해 동안 결성면에서는 단 2명만이 출생했고 50여명이 사망했다. 은하, 서부, 장곡, 갈산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구증가는 몇몇이 모여 의논해서 되는 일이 아니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으며, 혼인이 전제되지 않으면 가능한 일도 아니다. 내 한몸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부양가족을 늘리려는 사람이 생겨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인구의 물리적 증가는 어렵지만, 인구의 ‘유입’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마침 충남은 혁신도시 지정과 함께 내포신도시로의 수도권 인구 유입이 상당히 기대되는 여러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충남내포혁신도시가 수도권의 어느 도시 블록을 그대로 옮겨 베끼는 개념에서 벗어나, 우리 홍성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있는 문화, 관광, 교통인프라를 살려 품격있는 정주 여건을 가진 공간으로 가꿔진다면, 우리 홍성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하는 새로운 호기를 맞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인구 ‘감소’ 문제는 이 세상 고민거리를 거의 해결하고 여분의 걱정거리를 찾는 사람에게나 적합한 일이 더 이상 아니다. 우리 모두 함께 지속적인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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