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의사총’ 되살릴 수 있을까?…문화재청에 뒤 늦은 건의서 제출

문화재청이 지난해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명칭을 변경하면서 ‘홍주의사총’을 ‘홍성의사총’으로 바꾼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홍성군은 지난 24일 문화재청에 ‘명칭변경 재검토 건의안’을 제출하면서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군청 문화관광과 관계자에 따르면 군은 지난 24일 홍주의병유족회(회장 이춘범), 홍주향토문화연구회(회장 김경석), 홍성문화원(원장 전용택) 등 역사·문화 관련 단체 대표들과 김석환 군수의 건의서를 포함한 ‘명칭변경 재검토 건의안’을 문화재청에 전달했다.
변경 명칭인 ‘홍성의사총’을 ‘홍성홍주의사총’으로의 변경을 주 골자로 하고 있다. 사적 명칭에 지역명을 병기해 문화재의 이해를 높이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이번 문화재청 명칭 변경의 기본안에 따라 ‘홍주의사총’ 어두에 ‘홍성’ 즉, 지역명을 함께 병기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지만, 본래 ‘홍주의사총’은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군청 관계자는 “비록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홍주의병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 고유 명칭인 ‘홍주’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해 각계 각층의 군민들과 함께 명칭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지정문화재 명칭 변경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담당자는 홍성군의 뒤늦은 행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는 “이미 지난해 홍주의사총 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백 개 사적을 동시에 기준에 맞게 바꿨고, 지난해 3월 시행예고 시점부터 변경이 확정된 7월까지 충분한 시간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고시가 끝난 지금에 와서 명칭변경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문화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안건을 상정해 재검토의 과정을 거칠 수는 있지만 기간, 가부여부 등 현재 상황에서 명확히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더욱이 타 지자체에서는 지난해 사적지 명칭 변경과 관련해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여는 등(사적 124호인 서울특별시 소재 덕수궁(德壽宮)의 명칭을 경운궁(慶運宮)으로 바꾸려 했으나 시민의견 수렴을 통해 유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것과 비교해 홍성군의 뒤늦은 대처가 여론의 뭇매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충남도는 지난해 7월 25일자 공문을 통해 문화재청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명칭 변경에 따라 이해관계자, 일반인 등이 알 수 있도록 안내문 게시 등의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으나 홍성군의 경우 이 또한 간과했던 것으로 밝혀져 군민들의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명칭 변경 빗겨간 ‘해미읍성’은 지켰다… 홍주의사총 회복 가능 여부 ‘주목’
한편, 인근 서산시의 경우 문화재 명칭 변경과 관련해 홍성군과 유사한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서산시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서산마애삼존불상(국보84호)’이 2010년 문화재청의 국보 지정명칭 변경에 따라 ‘서산용현리마애여래삼존불상’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명칭이 길고 어렵다’, ‘이미 고유명사로 고착돼 변경된다면 고장의 상징성을 잃을까 우려 된다’는 등 많은 군민들이 명칭 변경에 대해 반대했고, 당시 서산시청 주무관이 문화재청에 이와 같은 여론을 전달했으나, 당초 문화재청의 변경안대로 지정·고시됐다. 고시되기 이전에 서산시의 이의제기가 있었으나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원칙에 의거해 변경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반면 해미읍성(사적 제116호)은 이번 사적 명칭 변경 원칙대로라면 ‘해미호서좌영성’으로 명칭이 변경돼야 하지만, “해미읍성의 경우 고유명사로써 워낙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데다 상징성도 커 변경을 유보하기로 했다”는 문화재 사적분과 심의위원의 의견에 따라 기존 명칭을 지킬 수 있었다. 홍주의사총 역시 ‘홍주의병이 1905년에 일어난 사건이며, 이후 1914년에 홍주가 홍성으로 행정구역상 명칭이 바뀐 점’을 감안할 때 명칭회복에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는 점에서 심의 통과 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홍성군이 홍성읍 오관리 홍주의사총 내부에 세울 계획으로 국비 4억6400만원, 도비 3억, 군비 7억3500만원의 총사업비 약 15억원을 투입해 높이 19m의 탑 형태로 제작 중인 홍주의병추모탑이 이르면 9월 중에 착공돼 12월 안으로 완공될 전망이다.
홍주의병추모탑은 문화재 주변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문화재청 사적분과회의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위치 선정을 두고 난항에 난항을 거듭했었으나, 당초 계획구역에서 의사총내 창의사 뒤편으로 자리를 변경한 후 재심의를 통과해 결국 의사총 뒤편으로 위치를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홍성의사총’으로 명칭이 변경돼 고시된 상황에서 ‘홍주의병추모탑’의 건립을 마냥 환영할 수 없다는 것이 군민들의 여론이다. 한 주민은 “‘홍주의병’의 역사적 왜곡으로 인해 홍주의 역사적 정체성과 정신이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고유의 이름이 사라진 꼴”이라며, “홍성의사총에 홍주의병추모탑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명칭변경 문제를 간과한 군은 이번 일로 권위가 흔들린 홍주의병의 역사를 필히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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