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詩] 엄마의 편지(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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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詩] 엄마의 편지(1997년)
  • 서현진 시인
  • 승인 2023.03.3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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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아, 보아라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디 넌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시방 한국은 나라가 부도나게 생겨서 난리도 아니다 
빚도 많고 뭐시냐 미국 돈이 부족해서 온 나라 사람들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하고 있단다 
그래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있간디
할머니 가락지랑 내 열 돈 목걸이 반지 집구석에 있는 금붙이 몽땅 냈응께
어려울 때 우리 나라 사람 하나로 뭉치는 것 보면 대단혀

그나저나 현진아, 
너네 아빠나 할머니, 형제간들 다 밥 잘먹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으니께 
여기 걱정일랑 하덜 말아라
그니께 너는 거기 이스라엘서 너만 생각하고 
음식이 잘 안 맞아도 꼭 삼시세끼 잘 챙겨 먹어라잉
돈 떨어지면 전화해라
부모 생각해서 궁상일랑 떨지말고

참, 꼭 할 말 있다
거기서 너 좋다고 하는 외국남자 있으면 한국 올 생각하지 말고
결혼하고 살아라
너 하나 외국에 산다고 해서 섭섭해 할 사람 하나 없으니 
너만 행복하면 이 엄마는 아무 상관없다
건강히 잘 있기만을 빈다
그리고 너 때문에 전화통 새 것으로 바꿨응께
전화 자주 해라
목소리라도 듣게
너 편지도 기다리마
고창에서 보낸다 

엄마가 막내 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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