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아동들이 편견 없이 자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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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아동들이 편견 없이 자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10.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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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의 시작]홍성아동상담소 입양 상담원 장언실 씨


여성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세상을 바꾸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는 여성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명절이 되면 새삼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잊고 지낸 그 소중함을 돌이켜 보게 된다.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변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구조의 가족들이 재탄생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변화는 가슴으로 낳은 자녀들로 구성된 입양가족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불임부부들이 비밀리에 입양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녀가 있는 부부들이 공개적으로 입양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입양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공개입양은 우리 사회가 성숙해가며 일어난 현상이라고 봐요. 입양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입양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회에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제 입양가족이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우리사회에 점차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충남기독교사회봉사회 홍성사회복지관 내 홍성아동상담소(국내입양지정기관)에서 10여년간 입양 업무를 맡아오고 있는 장언실(49. 홍성읍 오관리) 상담원의 이야기이다.

장 상담원은 지난 1983년부터 홍성사회복지관 내 유치원에서 근무를 하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양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한 입양부모 발굴과 적극적인 상담은 물론 긍정적인 공개 입양 유도로 입양부모와 입양 아동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정체성 혼란과 불안을 사전 상담하고 입양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한 가족이 입양의 축복을 맞이하기까지는 보통 7~8번의 입양상담이 시작된다. 양부모 성품과 입양 준비도에 따른 정보 제공과 조율, 입양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 등 상담을 통해 양부모가 올바른 입양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장 상담원이 담당한다. 지금까지 장 상담원이 새로운 가정을 찾아준 아이는 30여명이 훌쩍 넘었다.

장 상담원은 “입양은 특별한 게 아니라 새로운 가족이 한 명 더 생기는 축복받는 일이에요. 현장에서 한 아이를 입양 보내기까지 안타까운 사연과 우여곡절도 많았다”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가슴 아픈 사연 중 하나는 지금까지 파양된 경우가 딱 한 번 있었어요. 엄마는 가출하고 아빠는 알콜중독으로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던 6살 된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친부모들이 모두 친권을 포기해 저희 기관에서 위탁양육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친자녀가 4명이나 있는 부부였는데 그 아이에 대한 사연을 듣더니 호적에 올려 키워보겠다고 하여 법적인 절차를 거쳐 입양을 보냈지만 결국 9개월만에 파양된 경우가 있어요. 현재 그 아이는 아동시설에 입소했고 부모에게서 두 번이나 버려졌지만 다행히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잘 자라주고 있어요. 좀 더 세심하게 상담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많이 반성했어요”

이런 불행한 케이스도 있었지만 그녀는 입양을 통해 딱딱했던 가정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들뜬 목소리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소식들을 전해주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종영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란 드라마에는 입양가족의 모범 답안이 제시됐었어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남아 입양을 꺼리며 특히 6~7세 된 연장아는 입양 확률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형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 드라마에서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인 것 같아요”

상당수 미혼모들은 아이를 혼자 키울 수 없게 되면 입양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8월 5일 개정된 입양특례법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반드시 출생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새로운 입양법이 미혼모들을 두 번 가슴 아프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며칠 전 16세 중학생이 아이를 낳았어요. 입양을 보낼 결심으로 아기를 낳았지만 정작 입양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정된 입양법에 따라 법원의 입양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출생신고를 해 가족관계 등록부에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미혼모 신분이 노출되고 출산 기록이 남기 때문이에요”

장 상담원은 개정된 입양법이 좀 더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입양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인식 변화와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입양사업이 각 지자체마다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판단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같은 사안이라도 어느 지역은 되고, 어느 지역은 안 돼서 곤란을 겪는 일이 없도록 호적계 공무원들만이라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어요. 또한 제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입양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돼야 합니다. 비록 주위로부터 축복받지 못한 생명의 탄생이지만 사회에서는 미혼모와 아이에 대해 각별한 배려가 필요해요”

부모와 아이가 서로 행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인연의 끈을 이어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장언실 씨는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당부하며, “저를 통해 가족으로 맺어진 입양가정의 아이들이 화목하고 건강하게 성장해 결혼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고 환한 미소로 작별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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