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마우스’ 경제학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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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마우스’ 경제학을 꿈꾸며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8.01.08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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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여자 출연자들이 가장 많은 비명을 지르는 대상은 대개가 ‘뱀’ 아니면 ‘쥐’이다. 뱀은 생명을 앗아 갈 수 있는 독을 지녔으니 그렇다 쳐도 쥐는 힘만으로는 사람을 해칠 능력이 전혀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 모습만 봐도 기겁을 한다. 쥐만큼 인간에게 혐오감을 안겨주는 짐승을 찾기도 참 힘들 것이다.

▲    편집국장 이범석
‘쥐’라는 동물이 그토록 인기가 없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쥐’를 가지고 떼돈을 번 사람이 있으니 바로 ‘미키 마우스’라는 캐릭터를 창조한 ‘월트 디즈니’ 부부다. 미국에서도 모두가 가난했던 1920년대 후반. 디즈니 부부는 끼니를 걱정하는 가운데 빵 조각을 얻어먹으려 매일같이 찾아오던 생쥐 한 마리에 그만 정이 들고 말았다.
부인이 ‘미키 마우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남편이 그림을 그린 ‘미키 마우스’는 이후 세계적인 거대 기업인 ‘월트 디즈니’가 탄생할 수 있는 모태가 됐다. 당시 ‘미키 마우스’라는 제목의 만화는 20여 개국에서 출판돼 매달 3,0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누구나 혐오하던 대상인 ‘쥐’를 가지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재탄생시킨 디즈니 부부야 말로 ‘혁신의 전도사’요 ‘유전공학의 대가(?)’가 아닐 수 없다. ‘미키 마우스’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큰 흔적을 남겼다. 다름 아닌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바꾼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이 지난 1998년에 만든 ‘소니 보노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법안(일명‘소니 보노 법안’)’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시킨 결과인데 이 법안의 실상은 미국 캐릭터 매출액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키 마우스’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해서 ‘소니 보노 법안’을 가리켜 ‘미키 마우스 보호법’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이 2002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지적재산권 협상이 완료되면 한국은 해마다 153억달러씩 손해를 볼 것’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점에서‘미키 마우스’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만 하다.
혐오의 대상에서 ‘부의 상징’이 돼 버린 ‘미키 마우스’처럼 ‘무자년(戊子年) 쥐의 해’가 우리에게 혁신의 시작이자 발상 전환의 계기로 작용하기를 희망하면서 월트 디즈니의 사례를 한 번 떠올려 보았다.
옛말에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말이 있다. 이는 태산이 무너질 정도로 시끄럽고 떠들썩했는데 알고 보니 고작 쥐 한 마리가 주범이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무엇인가 그럴듯해보였는데 실상은 너무 초라함을 비웃을 때 쓰는 말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그러나 이 말도 따지고 보면 매우 반어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쥐 한마리가 태산을 흔들 정도라면 어찌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있겠는가. 옛 사람들이 ‘태산명동서일필’을 쓸 때 어찌 쥐 따위가 태산을 흔들 수 있으며 또 흔들었냐는 꾸짖음이지만 천지를 진동시킬 만큼 시끄럽게 떠들 수 있는 ‘쥐’라면 정말 대단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바로 ‘미키 마우스’가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이명박 정부’에 ‘태산명동서일필’하지 말고 ‘태산명동서일필’하라고 권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새롭게 시작하면서 시끄럽게 요란만 떨다가 힘없이 사라지는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나지 말고 ‘미키 마우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태산명동서일필’하는 듬직하고 혁신적인 ‘쥐’들이 많이 활동할 수 있는 창조적인 무대를 만들어 달라는 얘기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국민은 이미 여러 차례 목도했다. 시끄럽게 시작해서 실속 없이 더 시끄럽게 끝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금방 수십 가지 사례가 올라오는 사전적인 의미의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을 멀리 하자는 희망으로 무자년 쥐의 해를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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