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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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과 방법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9.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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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려고 하면 망설여지고 부담감이 생긴다. 독자와 필자 간의 삶을 바라보는 방향, 생각, 경험, 가치관 등이 다른데 어떻게 거부감 없이 글을 통해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이다. 

이럴 때마다 필자를 위로해 주는 말이 있다. 애착이론을 주장한 학자 존 볼비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글을 쓰려고 할 때 뭔가 명확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생각이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정말 재미있어서 이야기해야겠다. 누군가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을거야. 아무튼 현재로서는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라는 기분이 들 때 글을 쓰는 것이다. 이 말을 받아들이면 주저함을 극복하고 글을 쓰게 된다.”

잠시 과거를 살펴보면 그동안 만났던 중·고등학교 청소년은 참 어처구니가 없는 말과 행동을 많이 했다. 현실성이 없는 말, 겉만 평가하고 내용은 살피지 않고, 일시적인 흥미가 마치 제대로 된 진로 결정을 한 것처럼 말하는 학생이 많았다. 답답했다. 어떻게 이해시키고 생각을 수정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화가 날 때도 있었다. 비난과 비판도 많이 했다. 

여행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새로운 음식, 문화, 사람, 장소를 보는 것은 즐거움을 주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늘 익숙하던 것에서 벗어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통찰하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여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 낯선 사람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관, 즉 나와 다른 점이다. 나와 다른 점은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것과 다른 것을 경험한 사람이다. 여행에서 나의 삶에서 못봤던 장면을 보게 된다. 새로운 사람의 같은 사안에 대한 다른 의견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수능 시험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공부 잘하는 약이 유행했을 때가 있었다. 그 약은 실제로 ADHD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효과가 없다. 외국인과 대화하며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그는 “한국사람은 이해가 안 된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 바라는 것은 이해되지만,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체력도 중요하고 뇌도 쉬는 시간이 필요함에도 하루종일 공부하는 것도 모자라, 밤늦게까지 공부를 시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성적향상을 위해선 반드시 휴식이 필요함에도 모순되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유행일 때 또 다른 외국인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SARS가 위험하고 그로 인해 불행한 일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알겠지만, 통계를 보면 실제로 술로 인해 불행한 일이 더 많이 생긴다. 그런데 한국은 음주에 대해선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라고 했다.
외국어 교사 연수를 다닐 때 원어민 교사가 필자에게 던진 말을 듣고 창피하기도 했고, 각성했던 일이 있었다. 필자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그 원어민은 “그것은 네가 수업을 재미없게 해서 그렇다”라고 했다.

청소년과 관련돼 벌어졌던 일에서 대부분, 자신(성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청소년에게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성세대가 쉽게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진로지도, 음주, 흡연, 비행, 약물 오남용 등은 청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버거운 짐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생긴 것이라고 본다. 모든 사람이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미래의 주역들이 앞으로 세상을 이끌고 살아가는데 기초가 되는 것을 과연 우리가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큰 어떤 것을 제공하기보다 그냥 아이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아이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는 것으로도 자존감과 자신감이 올라간다. 거짓말을 해도 믿어주고 일관성 있는 태도를 오랫동안 보여주면 아이는 힘을 낸다. F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는데, 청소년들에게는 보호자가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힘이 된다. 삶에서 통찰한 것이 있다면 어른들이 먼저 행동으로 우리의 마음을 전달해 보자. 

변승기 <한국K-POP고등학교 교사·칼럼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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