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핏방울과 뼛가루를 팔 듯 막장 노동으로 살아가는 광부들의 삶을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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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핏방울과 뼛가루를 팔 듯 막장 노동으로 살아가는 광부들의 삶을 새기다
  • 정세훈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3.2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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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시인 성희직의 첫 시집 <광부의 하늘>

광부시인 성희직! 1957년 경북 영천에서 출생한 그는 가정 형편으로 중학과정의 고등공민학교를 마치고 굴삭기 노동자를 거쳐 강원도 탄광에서 채탄 광부로 노동했다. 1989년 평민당사에서 부당해고 사망재해 등 광업소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단식투쟁과 왼손 검지와 중지를 자르는 단지(斷指)투쟁을 했다. 2007년 광산 진폐 노동자들의 핍진(逼眞)한 삶의 개선을 요구하는 두 번째 단지투쟁을 했다. 1991년 6월, 진보정당인 민중당 후보로 강원도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 초선의원이던 1994년 6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했으며, 재선, 3선 때 도의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대통령후보 강원도선대본부 대변인을, 202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후보 강원도선대본부 유세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노동운동가 정치인이기에 앞서 이 땅의 진정한 광부시인이다.

1991년 4월, 출판사 ‘황토’가 시집 표지에 ‘광부들의 삶과 그 인생역정을 실로 감동적으로 노래한 충격적인 시집!’이라는 토를 달은 광부시인 성희직의 첫 시집 <광부의 하늘>을 ‘황토시선’ 17번째로 펴냈다. 시집은 당시 자신들의 핏방울과 뼛가루를 팔 듯 막장 노동으로 살아가는 5만 광부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새겨 담았다.

김형수 시인은 ‘위대한 인생, 투박한 언어’라는 제목의 시집해설에서 “흔히들 막장인생이라고 불리는 이 광부들의 생활환경이 이 시집 전편의 환경을 이루고 있다”며 “그런데 그는 그 형상화폭에 나타난 서정적 주인공의 환경을 마치 불타는 바그다드처럼 참혹하게, 그러나 때론 가슴 터지게 하는 절창으로 노래하고 있다”고 평했다.

뒤표지글에서 홍일선 시인은 “이번에 내가 대했던 성희직 시인의 광부시편 60여 편은 차라리 경악이었다”면서 “성희직에게 감미로운 형용사나 수식어 따위는 사치스런 문법에 불과할 것이다”라고 감탄했으며, 박선욱 시인은 “풍부한 질료를 다양한 화폭에 담는 능란함, 절망과 비애의 끝에서 적절하게 토해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증오, 벼랑인 듯싶은 곳에서 생략부호도 없이 떠오르는 미래에 대한 전망, 갓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살아서 퍼덕이는 힘찬 언어는 그러나 단순한 기교의 산물이 아니다”라며 “그 힘의 원천은 오히려 노동계급의 밝은 앞날을 위해서라면 온몸을 바칠 각오가 돼 있는 순정한 열정과 살신성인의 투쟁적 실천력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원규 시인은 “나를 비롯한 몇몇 시인들이 써왔던 막장시들을 뛰어넘어 5만 광부들의 삶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최초의 시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논했다. 

두겹으로 둘러쳐진/우리들의 하늘엔/낮에도 해가 없고/밤에도 달과 별이 뜨지 않습니다//수억만 년 전에 죽어버린/우리들의 땅에는/한 송이 꽃도 피어나지 않고/한 줄기 바람도 불지 않습니다(표제 시 ‘광부의 하늘’ 일부)

시인은 최근, 2022년에 펴낸 시집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에 갱도에서조차 버림받고 진폐 등 직업병에 시달리며 핍진하게 살아가는 전직 광부 등 노동자의 삶을 심도 있게 담아냈으며, 노동자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노동운동에 매진해 온 점을 높이 평가받아 미국 재단법인 효봉재단이 시상하는 제3회 효봉윤기정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세훈 <시인, 노동문학관장,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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