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승자와 패자, 통 큰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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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승자와 패자, 통 큰 리더십을 기대한다
  • 전만수 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2.12.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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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에 없는 장면…미 대선 승자·패자의 백악관 악수'는 지난 11월 30일 모 일간지에 게재된 사진의 타이틀이다. 미술작품으로 치면 1호 남짓한 사이즈다. 오바바 대통령과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상대를 응시하며 굳게 악수하는 사진이다. 승자인 오바마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고 패자인 롬니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국정치에 없는 장면'이라는 코트는 많은 것을 함축한다. 우리 정치 현실의 저급함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지향점을 은근히 압박한다. '재정절벽'으로 표현되는 미국의 국정애로 타개를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폄하할 수도 있지만 멋진 장면이다. 미국의 이런 모습은 오래 전부터 정착된 관행이다. 1960년 당선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당시 패자인 리처드 닉슨을 플로리다의 자택으로 초청한 것이 시작이다. 승자가 패자를 초청해 위로하고 국정협력을 당부하는 것은 미국정치의 평화로운 정권교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민주주의 전형인 미국정치의 성숙된 정권교체의 관행을 보며 시샘과 부러움을 갖는 것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11월 7일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지지자들에게 행한 롬니의 패배 연설은 이미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지금 막 오바마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하고 왔다"는 말로 시작한 연설에서 "지금 미국은 거대한 난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주길 기도 합니다"라고 롬니는 국가를 걱정하며 협력 의사를 피력하였다. 그리고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당파적인 언쟁을 일삼거나 정치적 자세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초당적 경고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짧지만 할 말을 모두 담은 훌륭한 연설이었다.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바 대통령이 공화당 롬니 후보를 50대 48의 2%차로 이겼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긴박한 여론 곡선의 상승점에서의 투표로 오바마는 신승하였다. 롬니 후보로서는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쉬운 결과였다. 그럼에도 그는 흔쾌히 승복하였고 미국을 위해 오바마의 성공을 기원하였다. 대통령의 꿈은 이루지 못하였지만 아름답게 패배 하였다. 우리는 언제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와 국가경영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멋진 장면을 보고 싶다. 그래서인지 25년 전의 기억이 새롭다. 3김(金)이 함께 출마하였던 1987년 대선에서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 후보가 노태우 당선자에게 축하 화환을 보내어 잔잔한 여적을 남겼었다. 당시 한국일보의 장명수 논설위원이 쓴 'JP의 꽃다발'이란 제하의 칼럼이 세인들에게 회자되어 훈훈한 감동을 주었었다. 전통으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게임은 끝났다. 이제 국가의 현재와 미래로 시각을 집중해야 할 때다. 선거에 매몰되어 어려운 국가 현실을 아예 외면한 면도 있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더라도 국정운영이 녹녹치 않을 것임을 국민 모두는 알고 있었다. 신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범한다. 국민 모두의 슬기로운 성원이 필요조건이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걱정이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한 MB정권 5년의 성장률도 3%가 안 된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야기한 세계 경제위기의 먹구름 탓이 크다. 차기정부 집권 동안 나아질 전망은 어둡다. 경제가 나빠지면 분열과 대립의 골은 더욱 심화된다. 커지는 내 몫 요구는 복지 수요를 증가시킨다. 1%의 성장이 7만 명의 고용효과를 유발하는 나라다. 5%대가 적정 성장률이다. 3%대의 성장률로는 매년 10만 명의 실업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성장률이 낮으면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복지재원 수요로 전이된다. 게다가 과열이 빚은 복지 포퓰리즘을 감안하면 균형재정은 요원하다. 성장 동력이 미래한국의 관건이다.

이 원고가 활자화 될 시점에는 개표가 끝나 대통령 당선자와 낙선자가 결정되어 있을 시점이다. 그러나 후보 간 3차 토론까지 마친 현 시점에서는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혼미 상황이다. 여론조사 공표금지의 마지막 날인 지난 13일자 각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대체로 오차범위 내 박근혜 후보 우세다. 열세이나 문재인 후보의 추격전 또한 만만치 않으니 승부의 예측은 이미 신의 영역이 되었다. 실로 아슬아슬한 살얼음판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결과에 대한 흔쾌한 승복은 더욱 쉽지 않을 여건이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과 세대 간 대결로 대립각을 확실히 날 세운 선거다. 게다가 과열이 빚은 네거티브의 휴유증은 양 진영에 쌓일 두꺼운 앙금이다. 아름다운 패배를 어렵게 하는 장애물 투성이다. 승자 진영은 논공행상으로 패자 진영은 패인에 대한 이전투구로 혼란이 지속될 수도 있다. 리더십의 위기 봉착이다.

누가 당선되든 승자의 여유 있는 포용과 패자의 흔쾌한 호방함이 마주쳐야 한다. '안철수' 현상으로 설명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의 안개를 걷어 내는 정치개혁 작업의 첫 단추가 승자와 패자의 아름다운 만남으로 끼어지길 바란다. 다행이 박근혜 후보는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문재인 후보는 '소통과 동행'으로 두 후보 모두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을 강조해 왔다. 큰 틀의 공통분모로 대도를 가길 바란다. 정치 리더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순간이다. 이 시점에서는 대선 승자와 패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느냐 볼 수 없느냐가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수 있다. 승자와 패자 모두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정치와 밝은 미래를 위하여 통 큰 담대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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