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멋진 아이들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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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멋진 아이들의 친구
  • 유선자 시민기자
  • 승인 2013.01.1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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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눈이 왔는지 안 왔는지 확인하는 것이 내 첫 일과이다.
눈이 왔으면 얼마나 왔는지 한숨부터 나온다.

2013년 1월 1일 빗자루와 삽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마당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줄넘기도 하고 아이들과 눈싸움을 했다. 아이들은 일부러 엄마 옆으로 살며시 다가와 눈덩이를 던진다. 그리고 나서는 내가 눈을 뭉치는 사이 저 멀리 눈 덮인 곳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망간다.
"나 잡아봐라"
그러다가 자기 주변까지 따라온 눈덩이를 보며 신나게 웃는다.

1월 2일. 빗자루와 삽을 들고 눈을 치우는데 치워지지가 않는다. 눈을 뭉쳐보았다. 너무 잘 뭉쳐진다. 아이들과 함께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눈사람을 만들면서 마당의 눈을 치웠다. 비탈길에서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사람이 제법 크다.
아이들은 바가지 두 개를 이용해 눈사람을 만들었다. 작고 귀여운 눈사람. 마당을 다 치우기엔 두 개의 눈사람으론 부족하다. 네 개의 눈사람을 만들었다. 머리는 들어 올릴 수가 없다. 누워있는 눈사람을 만들었다. 나뭇가지로 눈과 코, 입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눈사람 위를 힘겹게 오르며 뛰어내리기도 하고 미끄럼을 타며 내려온다. 옷이며 장갑이며 눈뭉치 천지다. 바람도 세다. 그래도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강아지사료포대 하나를 챙겨 그 속에 작은 이불을 넣고 즉석에서 눈썰매를 만들어 주었다. 살짝 비탈진 언덕에서 아이들은 나름대로 질서를 지키며 눈썰매를 탄다.
폭설로 세상이 아수라장이 됐건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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