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서해…그래서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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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서해…그래서 더 예쁘다
  • 편집국
  • 승인 2008.01.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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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이제 한 달을 넘어섰다.
사고 이후,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를 비롯한 서해안 일대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차량 통행량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차량들로 넘쳐나던 서해안 고속도로에 교통정체가 사라졌다.
또한 태안은 물론 안면도나 새조개 축제를 코앞에 둔 홍성의 남당항 등 서해안 일대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타르덩어리에 해안이 오염되지 않았거나, 훨씬 피해가 덜한 곳을 골라내 소개하는 것이 더 심한 피해를 당한 곳에 대한 배려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고민스럽다고 아예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남북으로 길게 누운 안면도의 안쪽 바다이며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 천수만의 바다는 여전히 맑고 아름답다. 이는 어민들이 밤낮없이 배를 타고 멀리까지 나가 방제작업을 펼치는 등 사력을 다했던 결과다.
홍성군의 천수만과 닿아 있는 해안에 위치한 궁리 포구. 이곳에서 마을의 모래언덕 위에 올라 노을에 물든 바다를 내려다보는 느낌은 그 어느해 보다 남 달랐다.
막 해넘이가 시작된 작은 어촌의 풍경은 평소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순간의 실수로 잃은 ‘평화로운 바다 풍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줬기 때문이었을까.
천수만 일대를 돌면서, 말로만 듣고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섬 ‘빙도’와 그 섬에 얽힌 도미부인 설화나 이 섬에 폐교된 초등학교가 어찌 그리 단출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지, 우람한 느티나무를 마당에 거느린 절집 선림사의 고요함도 알게 되었다.
또한 토정비결을 지었다는 토정 이지함의 묘가 천수만을 내려다보는 충남 보령에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충청수영이 주둔하고 있었다는 오천성곽에 오르면 오천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도, 도미부인의 사당과 묘가 실제로 보령 땅에 있다는 것도, 병인박해 때 순교 장소였던 갈매못성지의 성당이 이렇듯 아름답다는 것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바다를 떼어놓고서도, 홍성이나 보령의 작은 마을과 어촌들은 여러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풍성했다. 어찌 보면 우리가 그런 곳들을 알지 못했던 것은, 바다가 눈을 가린 때문이 아닐까. 바다를 버리고 서니, 비로소 그 이야기와 풍경이 하나씩 다가왔다.
이렇게 여행을 떠나본다면 어떨까. 태안에는 아직 눈부신 백합이 피어나는 꽃밭과 푸른 연잎이 돋는 아름다운 연밭이 있고, 서산에는 마애삼존불과 개심사의 느슨하면서도 여유로운 멋이 있다.
또한 안면도에는 쭉 뻗은 적송이 늘어선 휴양림이 있고, 군산에는 금강하구언을 찾아온 철새들로 그득하다. 특히 이때쯤이면 홍성군 남당항에서 여는 새조개 축제를 빼 놓을 수 없다.
이처럼 서해에는 바다를 빼고도 다른 곳보다 나은 여행 목적지들이 즐비하다. 이렇게 길을 나선 차들로, 서해안 고속도로가 하루빨리 다시 예전의 정체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미희(오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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