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성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명예졸업장을 받은 임영자 할머니를 만났다. 늦은 나이에 초등학교를 마쳤는데 무슨 자랑이라고 찾아왔냐며 웃으며 맞는다. 임영자 할머니는 '꽃과 나무 그리고 시'라는 문집을 건넨다. 자작시와 학생과 교사의 편지를 묶어서 만든 졸업기념 문집이었다. 임 할머니는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니까 그동안 가슴 속에 품어왔던 것들이 이렇게 시가 되어 나왔다"며 쑥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임 할머니는 어려서는 가난했고 또 여자는 공부를 시키지 않아서 배울 수 없었다. 젊어서는 타향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말 못할 어려움을 겪으며 일하느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틈을 낼 수가 없었다. 토기 공방을 세우고 자리를 잡아갔지만 배우지 못한 한은 커져만 갔다. 임 할머니는 "한글도 모르고 숫자도 모르니 혼자 있으면 손님이 와도 어떻게 할 수 없었고 어디 가려고 해도 행선지를 읽을 수 없었다"며 배우지 못한 한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했다.
임 할머니는 펜과 종이를 꺼내서 주소와 이름을 반듯한 글씨로 쓰면서 보여주고, 구구단을 외고 돈 계산하는 것을 보여줬다. "이렇게 글을 쓰고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어 행복하고, 손님이 와도 혼자서 계산도 척척 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설 수 있다고 말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어린 학생들 틈에서 배우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임 할머니는 "처음에는 아이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친할머니처럼 대하고 정도 많이 들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배우지 못한 한이 가슴에 가득했는데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니 가슴 속에는 한 대신 꿈이 가득 차오른다고 한다. 임 할머니는 "공부를 하니까 꿈이 참 많이 생겼다"며 "중학교 공부도 하고 싶고 판소리도 배우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