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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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5 >
  • 한지윤
  • 승인 2013.05.0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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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손안에서 벗어난 지 이미 오래인 딸을 어떻게 다루는 게 현명한 방법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좀 더 일찍 딸을 단속하지 않았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속수무책이라는 말이 바로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어느덧 두시를 알리는 괘종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그녀는 방문을 나서 다시 미라의 방으로 다가섰다. 잠잠했다. 안심이 되는 것과 동시에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가던 왕순은 돌계단을 내려서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후미가 안보이더라는 진호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는 돌계단을 내려가서 구멍가게로 들어갔다.
"아줌마 이 귤은 얼마씩이에요."
"다섯 개 천원이에요."
"삼천 원어치 주세요."
귤 봉지를 건네받은 왕순은 다시 계단을 올라 지붕이 주저앉은 초라한 집 앞에 섰다.
왕순은 잠시 망설였다. 자기가 찾아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멀쩡한 사내가 어린 여학생 집에 들락거린다고 동네사람들이 수근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허름한 문 앞에서 머뭇거렸다.
"누구세요."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는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빼빼마른 여자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서있었다.
"누굴 찾아오셨어요."
무언가가 담긴 까만 비닐봉지를 든 아이가 왕순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재차 물었다.
"응, 여기가 수-수미네 맞지?"
왕순은 얼떨결에 문을 가리키며 씨익 웃었다.
"그런데요?"
이빨을 다 드러내 보이는 왕순의 웃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왕순의 옷매무새를 살폈다. 한 손에 들려 있는 헬멧과 시커먼 농구화에 눈이 가자 아이는 더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응, 슈퍼를 그만 뒀다길래 어디 아픈가하고 들러본 거야."
아이의 달갑지 않은 눈치에 왕순이 변명하듯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네가 수미 동생인가 보구나. 이름이 뭐니?"
"수진이에요."
수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누나, 누가 왔어."
어린 아이가 문을 열고나서며 말했다. 언젠가 이 동네 배달 왔다가 본 적이 있는 아이였다.
"잘 있었냐?"
왕순은 능청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의아한 눈으로 왕순과 수진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언니 아는 아저씨래."
"안녕하세요."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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