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새긴 배움은 세월이 지워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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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새긴 배움은 세월이 지워도 남는다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5.07.24 07:02
  • 호수 901호 (2025년 07월 24일)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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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다 중요한 기본,
우슈를 통해 알게된 것
태극권 ‘야마분종’, 야생마의 말갈기가 나누어지는 형상을 의미한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해마다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슈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지난 2011년, 당시 지역 내 학교엔 체육 특기생 육성을 위한 다양한 운동부가 있었지만, 우슈부를 운영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아가 충남 지역에서도 유독 우슈부만은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이에 홍주고등학교(교장 정연두)는 우슈라는 운동의 가치를 높이 사 다음 해인 2012년 3월 우슈부를 창단했다. 이후 제100회 전국체전 우슈 산타 고등부 금메달리스트 박건수 선수 외에도 수많은 학생선수들이 메달을 수상하며 홍주고 우슈부를 거쳐 갔다.

‘우슈, 우수’는 무술의 중국어(武術, Wǔshu) 발음으로 한국에는 1989년 대한우슈협회가 발족되면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종목은 크게 표연(表演, 초식 모양새의 완벽함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과 산타(散打, 대련)로 나뉘고, 표연 투로(套路)는 3종의 권법과 4종의 병기술로 나뉜다.

■ 홍주고 1학년, 임규금
현재 홍주고 우슈부에는 단 한 명의 학생선수가 남아 있으며, 홍성에는 충남 유일의 실업팀이 존재한다. 임규금 학생은 우슈 표연(태극권) 종목을 하고 있으며, 학교 수업이 끝나면 홍주종합경기장 우슈훈련장을 찾아 실업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받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제37회 회장배 전국우슈선수권대회 및 2025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임규금 학생은 투로 영역 전통권 1위와 전통병기 2위를 차지하며 두 개의 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부원 부족 탓에 소멸 위기에 놓인 우슈부에서 그야말로 가능성의 꽃을 피워내 입증한 것이다.

임규금 학생은 중학교(홍주중) 2학년 무렵 우슈라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제가 살이 잘 붙는 편이라 할아버지께서 운동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 권유하셨어요. 할아버지께서 우슈하는 분을 알고 계셔서 자연스레 우슈 종목에 관심을 두게 된 것 같아요.”

규금이는 다음 해부터 홍성에 있는 우슈 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기 중 방학할 것 없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규금이의 중3 시절은 성실히 도장을 찾아 자세를 익히는 데 소비됐다.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가량 준비 운동과 우슈 자세를 배워나갔으며, 이는 마치 무용가의 연습 모습과도 흡사했다. 규금이가 전체적인 자세를 보인 뒤, 관장님이 그 중 고쳐야 할 부분을 지도하는 식이었다.
 

우슈훈련장에서 만난 임규금 학생.

홍주고에 입학한 규금이는 자연스레 우슈부에 들어오게 됐다. 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하교 후 훈련장을 찾아 코치님과 실업팀 형들에게 모르는 것을 배워가며 자세를 단련한 뒤, 오후 5시 20분쯤엔 다시금 학교로 돌아가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자세를 이어 나갈 때, 한 발짝에서 또 다른 발자국으로 나아갈 때, 적정한 높이가 있는데요. 그 높이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학교 수업에서 좋아하는 과목은 주로 예체능 쪽인데요. 체육이랑 미술을 좋아해요. 교실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라 체육을 더 좋아하고요. 미술을 제가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 조금 자신 있어요.”

규금이는 우슈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여왔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집에서 여러 음식을 만들어 보며 즐거움을 찾았고, 중학교 2학년부터는 장래 직업으로서의 가능성도 고민해 왔다. 또, 부모님의 영향으로 건축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처럼 규금이는 우슈, 요리,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열려 있는 열일곱을 지나고 있다.

“일단 졸업할 때까지 우슈를 계속할 생각이에요. 제가 모자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 꾸준히 해보려고요. 코치님과 형들에게 배우면서 천천히 더 알아가고 싶어요.”

임규금 학생은 오는 10월에 열릴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제가 평소에 준비를 열심히 해도 대회 때마다 생기는 긴장감을 다루기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이 부분을 보완해 전국체전에서 꼭 수상하고 싶어요. 그리고 우슈라는 운동이 많이 알려져 사람들이 즐겨하는 종목이 됐으면 좋겠어요.”
 

■ 박민용 코치(47)
홍성이 고향인 박민용 코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집 앞 체육관을 다니며 우슈를 시작했다. 홍주고(22회) 재학 당시 우슈 선수로 활동하고, 군(軍) 제대 후엔 충남우슈협회 실업팀 선수 생활을 했으며, 코치로서 학생들을 지도한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박 코치에게 학생선수 지도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다.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중요한 게 기본기에요. 항상 빼놓지 않고 거치는 과정이죠.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우슈를 처음 알게 되거든요. 그렇기에 기초가 잘 다져지도록 지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선수로 활동하려면 체력이 중요하거든요. 기초를 다지고 체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생활체육에서 엘리트체육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이 시기엔 고강도 운동을 통해 기본과 체력을 동시에 키우게 된다. 그렇다 보니 많은 학생선수들이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포기하거나 방황을 겪기도 한다.

“현재 규금이 한 명뿐이라 우슈부가 위태위태한 상황이에요. 실업팀이 홍성에 있으니까, 지역에서 선수를 잘 키워 실업팀에 연계가 되면 굉장히 좋거든요. 올해 3월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선수촌에 들어간 박건수 선수가 이런 경우죠. 사실 우슈부에 들어오고 싶다는 희망자가 있긴 하나, 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우슈부를 통해 전학을 오려는 거다 보니… 또 그런 선례가 있었고요. 아무쪼록 규금이처럼 성실하고 착실한 친구가 우슈부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훈련 중 촬영한 임규금(가운데) 학생과 박민용(오른쪽) 코치, 실업팀 선수들.

우슈는 온몸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인 만큼 열량 소모가 크고, 체중 감량이나 체형 교정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정신적인 효과다. 우슈는 동작 하나하나에 호흡과 집중을 요구해 심신 수양의 효과가 크며, 아이들부터 중장년층까지 스트레스 해소와 자기 통제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끝으로 박 코치는 규금이에게 “메달을 따고 못 따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가진 마음 변함없이 잘 견뎌서 졸업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태극권 ‘백학량시’, 백학이 날개를 편 형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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