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혼돈의 농촌과 도시 노동자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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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혼돈의 농촌과 도시 노동자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다
  • 정세훈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6.01.15 07:10
  • 호수 925호 (2026년 01월 15일)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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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뜨겁고 당당한 숨결을 접할 수 있는 김창완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인동일기〉
<strong>정세훈<br>​​</strong>시인<br>노동문학관장<br>칼럼·독자위원<br>
정세훈
​​
시인
노동문학관장
칼럼·독자위원

1976년, 한국문단에 문학 동인 ‘반시(反詩)’가 결성됐다. 편집 동인으로 1973년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자들과 젊은 시인들인 권지숙, 김명수, 김명인, 김성영, 김창완, 이종욱, 정호승, 하종오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동인지 창간사에서 “삶에서 떠난 귀족화된 언어에 반기를 들고, 시와 삶의 동질성을 내세우며 언제나 깨어있는 시인”을 선언했다. 또한 “시야말로 우리네 삶의 유일한 표현 수단임을, 시대의 구원을 위한 마지막 기도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우리가 조명하고 있는 감춰진 현장의 혼돈을 다시 그 본래적 질서에로 회복시키려는 끊임없는 노력조차 오로지 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삶은 곧 시다.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것들의 시화(詩化)가 중요하다. 꽃이나 사랑 등의 관념적 어휘는 배제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972년부터 1979년까지 지속된 유신독재체제에서의 겁박당하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에 담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됐다.

1978년, 반시 동인으로 활발히 활동한 김창완 시인이 출판사 창작과비평에서 첫 시집 <인동일기>를 ‘창비시선’ 17번째로 펴냈다. 시집에는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혼돈의 노동에 빠진 농촌과, 이로 인해 도시로 이주한 도시 노동자들의 궁핍한 노동과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 이들의 뜨겁고 당당한 숨결을 접할 수 있는 표제 연작시 ‘인동일기’를 비롯한 가편들이 가득 담겼다.
 

시집 《인동일기》

“추워서 우리는 손을 잡았다./어둠과 눈보라가 미아리 넘어온 날/춥고 무서워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다./행인들 넘어지던 빙판 위에/중단된 공사장 철근 골조가 그림자 누이는/어느새 밤이다. 새삼스럽게도/통금에 갇혀 오가지 못하는 가로수들/한강도 하얗게 질려 가지 못한다./옷을 벗어 버려 피조차 말려 버려 너희는/말하라, 턱과 입술이 얼어붙어서/말·하·라·말·하·라·말·하·라/어째서 지금은 갈 수 없으며/홀로된 큰형수의 수절 이야기/눈보라 속에 파묻혀도 알아 들을까?/기성복 제품 공장에 불나던 그 밤/우리는 춥고 무서워 헤어지지 않았으니/덮어 다오 눈이라도 두텁게 덮어 다오.”(‘인동일기 7’ 전문)

시집에 대해 최하림 시인은 ‘사공으로서의 시인’이란 제목의 시집 발문에서 “김창완의 시는 돌멩이의 비상과 같은 저항정신을 주제로 하고 있다. 거기에 힘이 있다”고 평했다. 신동한 문학평론가는 뒤표지 글에서 “마치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의 잠을 일깨우게 해주는 맑은 고함소리와도 같다”고 논했으며, 김종해 시인은 “강장한 남성적 시정신의 문맥을 시 속에 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세한 시적 언어의 국부적 기교에까지도 배려하여 높은 시적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1942년 전라남도 신안에서 출생한 김창완 시인은 1963년 조선대학교를 졸업했다.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개화’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집 <인동일기>, <우리 오늘 살았다 말하자>, 

<나는 너에게 별하나 주고 싶다>, 동화집 <소금장수의 재주>, <호랑이 방귀 뀌는 소리>, 산문집 <글짱 되려면 이렇게 쓰라>, <이 책 읽기 전에 글 쓰지 마라> 등이 있다, 오늘의 시인상, 윤동주문학상, 계간문예문학상, 삼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반시 동인, 소설문학 편집장, 여원 편집장, 가정조선 편집장, 조선일보사 기획출판부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이사, 한국문인협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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