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두른 할아버지 '행복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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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 두른 할아버지 '행복한 반란'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5.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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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 '달콤한 교실'

▲ 지난 15일 청운대학교 협조로 열린 '달콤한교실' 요리강습에서 할아버지들이 구절판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부엌 근처에는 얼씬도 말라는 엄명을 받았던 할아버지들이 이젠 앞치마를 두르고 프라이팬을 들고 요리를 한다. 지난 15일 오전 청운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건물에는 노인종합복지관 '달콤한 교실 리턴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할아버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번 실습은 특히 청운대학교의 협조로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신승미 교수의 지도 아래 손이 많이 가서 평소 만들어 먹기 어려운 구절판에 도전했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들은 할머니나 노부부 가족에 비해 요리를 하지 못하다 보니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날 할아버지들은 서툰 솜씨이긴 해도 구절판을 만들어봤다. 해마다 10만 명씩 늘어나는 독거노인, 미리 홀로서기 연습을 하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손수 음식을 끓여 먹을 줄 아는 '재능'이 아니겠는가?

이들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요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직접 밥 짓고 반찬을 해 먹기 위한 '생존용'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밥 짓기를 첫 수업으로 시작한 후 지금까지 2개월 동안 쇠고기무국, 계란말이, 나물무침 등 기본적인 요리법을 배웠다. 앞으로 전통 잔치음식인 잡채와 다소 생소한 외국음식 스파게티, 몸보신 요리로 전복삼계탕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조금 어설픈 손길로 손수 요리에 도전한 할아버지들은 양념을 하는 순서도, 어느 정도 양을 넣어야 하는지도 헷갈린다. 맛 또한 장담하긴 이르다. 하지만 베테랑 주부만큼이나 음식과 요리를 향한 열정은 뜨겁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남배(80) 어르신은 "태어나서 처음 밥을 해봤다. 처음엔 물의 양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헷갈렸지만 이제 조금씩 감이 잡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권명오(70) 어르신도 "일 하는 며느리를 위해 주말에 전복영양밥을 해줬다. 두 며느리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면서 '아버님 짱!'이라고 얼마나 칭찬을 많이 해주던지 어깨가 으쓱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승미 교수는 "처음에는 어르신들이어서 어떻게 수업할 지 걱정이 많았다"며 "막상 시작하니 어르신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요리를 배우고 있고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한태형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다"며 "앞으로 메뉴를 다양하게 하고 실습 비중도 높이는 등 달콤한 요리교실 프로그램을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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