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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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10 >
  • 한지윤
  • 승인 2013.06.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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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누구야?"
기고만장하게 뒤를 돌아 본 진영은 소스라쳐 움찔 물러섰다.
삐죽삐죽 솟아나온 머리를 산발하고 온 몸이 부스럼투성이인, 게다가 눈코입이 잔뜩 오그라붙은 괴물이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었다.
"이리와."
진영은 책 무더기를 든 채 뛰기 시작했다.
괴물의 발소리가 바로 뒷덜미에서 쿵쿵 울려왔다. 더 빨리 뛰는 진영의 팔에서 책 한 권이 툭 떨어져 나갔다. 괴물은 떨어진 책을 주워들더니 갈갈이 찢어 먹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책 한 권을 먹어치운 괴물이 또다시 따라 뛰어왔다. 손안에 잡힐만큼 가까웠을 때 진영은 하는 수 없이 책 한 권을 떨어뜨렸다. 괴물은 또 책을 먹어치웠다. 진영의 손에서 책들이 한 권, 한 권 떨어져나갔다.
이제 진영의 손엔 한 권의 책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죽어라 뛰는 진영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막다른 골목 앞에서 발길이 멎은 것이다. 뒤를 돌아본 진영은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머리가 둘로 변한 괴물의 얼굴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것이었다. 그들은 시퍼런 수술메스를 진영에게 들이대기 시작했다.
"악."
비명소리와 함께 진영은 벌떡 일어났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시계를 보았다. 새벽 두시를 알리고 있었다.
그는 잠자코 일어나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어둠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던 물체가 가물가물 흔들렸다.
"어쨌든 폭력은 안돼"
"선생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폭력을 써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놈들의 범죄를 묵인해줘야겠군요. 그런 식이라면 만약 선생님이 불량배 애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걸 보더라도 그냥 멀뚱멀뚱하게 구경만 해야겠네요."
"뭐라고?"
담임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식은땀을 흘렸었다.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해 자신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이번 일이 그냥 지나칠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담임은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담임이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현우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던 건 이미 학교 측의 결정이 나 있다는 이야기였다. 오늘 교무회의가 유난히 길었던 것도, 담임이 수업시간을 빼고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한 것도 다 자기 때문이었음을 현우는 잘 알고 있었다.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왕 맞을 때라면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여기서 꾸물거려봐야 별 뾰족한 수가 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교실 앞 복도도 텅 비어 있었다. 복도 바깥벽에 달린 창문을 내다보니 운동장엔 연습하는 야구부 애들 이외에 늦게 하교하는 몇몇 아이들밖에 없었다. 새털구름이 높게 드리운 하늘 저편으로 대한항공 마크를 단 하늘색 비행기가 낮게 날아가고 있었다.
"오현우. 뭘 꾸물거리고 있나. 빨리빨리 오지 않고."
학생주임이 교무실 문턱에 몸을 반쯤 내밀고 서서 소리쳤다. 작은 키지만 단단한 몸집을 가진 체육선생이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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