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사업으로 희망을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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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사업으로 희망을 캐다
  • 김길주(스토리마케팅전문가·경영학박사·한국신지식
  • 승인 2013.07.08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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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영, 그는 민재네 아빠다. (사이트명 '민재네') 그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귀농인 이다. 서울에서 대학원을 나와 역사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안정된 일을 하던 그가 갑자기 궤도를 수정하여 2008년 귀농을 결정했다. 남들은 세상에서 꿈을 펼쳐 보려고 날개를 펼 38세의 젊은 나이에 그는 거꾸로 봇짐을 싸들고 시골로 내려온 이유가 있을 텐데? '도시의 소음과 먼지와 부산함 그리고 지나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그와 가족의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없음을 일찍 깨달은 결과'라고 말한다. 가족의 행복을 먼지 낀 도시에서 보다 풀벌레 소리 들리고 밤하늘의 별을 헤는 시골에서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젊은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귀농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의 패기와 의지가 빛나보였다.

그가 정착한 홍성군 홍동면은 자연 환경이 살아 숨쉬는 전국 제일의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유명한 곳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오리농법을 받아들인 지역이며, 친환경농산물생산을 지역의 자존심으로 키워가는 곳이다.

금창영, 그는 생전 농사 지어 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가녀린 팔뚝으로 삽과 곡괭이와 호미를 들고 하루 종일 내리 쬐는 땡볕 아래서 땅을 파고 흙을 만지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한 가족과의 약속이었기에 그는 묵묵히 인내하며 농업을 배웠다. 그도 초기에는 비싼 수업료를 내야 했다. 남의 집에 얹혀살기 4개월, 남의 축사관리 5개월, 하지만 쉽게 정착하지 못하다 남의 빈 집을 빌려 살림을 풀고 남의 논 1000평, 남의 밭 1000평을 빌려서 경종농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안정감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약 안치고 비료 안 주고 비닐 안치고 농사짓는 무모한 도전. 그는 여름 내내 풀과의 전쟁에서 패자로 힘든 풀 뽑기 작업을 해야 했지만 그가 생산하는 농산물은 친환경유기농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농업이란 생산까지의 과정도 힘들지만 더 어려운 문제는 생산 후 판매였다. 내가 만든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제 값 받고 팔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러 사람들에게 방법을 묻고 답을 찾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꾸러미사업'(가정에서 필요한 농산물을 소포장으로 직거래)을 접하게 되었다. 꾸러미사업이야말로 친환경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여겨졌다. 처음에는 3명으로 시작했다. 너무 초라한 시작이었으나 믿음과 신뢰가 쌓여 가면서 수요가 계속 증가하여 지금은 도시의 64가구에 꾸러미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과 마트에 가보면 많은 농산물이 유기농이란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친환경 유기농은 0.6%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얼굴 없는 친환경이 시장과 마트에서 넘쳐난다. 금창영씨는 '싼 값의 좋은 친환경농산물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대안으로 CSA(시민지원농업)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생산자는 정당한 가격을 요구하고 소비자는 합당한 품질을 요구하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운동이다. 그의 성공요인은 지역주민들과의 활발한 교감, 머리가 아닌 몸으로 부딪히는 농업, 끊임없는 학습, 토종종자 재배, 가공 개발과 품목 다변화, 조리법 개발 보급, 농업일기 등이다. 그는 매주 1회씩 회원제를 중심으로 농산물을 공급한다. 한 박스에 10~11품목을 넣어 3만원을 받는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소비자들이 보낸 칭찬과 감사의 글이 가득하다. 그만큼 신뢰를 가지고 꾸러미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농업일기를 쓰는 농업인은 드물다. 그러나 금창영씨는 수시로 농업일기를 쓰며 그 내용을 소비자와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에 그간 써 놓은 일기들이 차곡차곡 모아져 있다. 그도 바쁘고 힘들 텐데 그래도 그는 일기를 쓴다.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 그런 농업인을 찾기가 쉽지 않는 게 한국농업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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