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물었다. 죽기보다 싫은 이 짓을 벌써 몇 번째 했던가. 얼마 전, 그렇게 아들 녀석에게 호통을 쳤는데도 두 달을 못 넘기고 또 사고를 치다니. 참으려고 해도 자꾸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그는 자세를 바로 고쳐 앉으며 책상 서랍을 열어 우황청심환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으며 저고리를 껴입었다.
"학교는 어느 한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닙니다. 한 학생 때문에 다른 순진한 학생들이 나쁜 쪽으로 물들게 해서는 곤란합니다."
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색 체육복을 입고 4열종대로 늘어서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교사의 호각소리에 맞추어 체조를 하고 있었다. 호각소리를 따라 구령을 부르는 학생들의 목소리 이외에도 음악실 쪽에서는 굵직한 합창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잘 가꾸어 보기 좋은 호?을 내려다보며 그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 하지만 한 번만 더 용서를…"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교장을 향해 오국장은 엉거주춤 일어서며 애원했다. 이런 굴욕적인 자리를 만든 아들 녀석에 대한 분노를 삼키듯이 침을 꿀꺽 삼키며 간절한 눈빛으로 교장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결정된 일입니다."
그는 하도 여러 번 면담을 해 낯이 익은 학부형을 향해 돌아서며 단호하게 말했다. 오국장의 표정이 절망적으로 일그러졌다.
"도대체 학생이 여자를 사이에 두고 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학생 신분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교장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초라하게 고개 숙이고 있는 오국장을 내려다보았다.
"아버님도 아시다시피 아드님 문제로 저와 만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잖습니까. 학교에서 아드님은 싸움꾼으로 유명합니다."
오국장의 고개는 점점 더 깊이 떨구어졌다. 그랬다. 교장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관대한 선처를 애걸한 것은 이 학교에서만도 대여섯 번째였다. 그의 뇌리엔 항상 반항적인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던 현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교장이 이해할 수 없듯이 자신도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빌고 있는 건 아들을 이해하기 때문은 추호도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극단적인 결과를 막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이었다. 그의 눈길은 고급 양복지 바지로 감싼 무릎, 소가죽 구두를 신은 발에 머물렀다. 이 순간만큼은 자부심 느끼던 자신의 직책, 경제적 여유가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학생의 장래를 위해서 공식적인 퇴학처분은 내리지 않겠습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할 수 있도록 애써 보겠습니다."
퇴학처분을 내리지 않는다는 말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살며시 내쉬었다. 동시에 그는 무엇을 각오한 듯 굳게 다문 입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아시고 그만 돌아가십시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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