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의지와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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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의지와 결단
  • 이석호 편집국장
  • 승인 2013.07.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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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에게는 많은 덕목이 요구된다. 때로는 의지를 갖고 일을 밀고 나가는 강력한 추진력을 갖춰야 하며 때로는 책임감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나를 선택하는 과감한 결단력도 필요하다.

최근 홍성지역에서는 궁리지구 문화스포츠레저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장이 사업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궁리레저단지는 서부면 궁리, 상황리 일원 278만여㎡ 부지 위에 골프장과 승마장, 호텔, 콘도미니엄, 실내스키장, 워터파크, 요트 마리나 등 육상과 해양스포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종합 문화스포츠 레저 단지를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1조 3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며 HS개발공사가 주축으로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가 사업을 주도한다. 관광레저단지는 서해안 시대를 맞아 홍성이 한국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증대, 고용창출 등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게 사업 시행자 측이 내놓은 계획서이다.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군의회 등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초기 토지매입과 부지 조성비 2500억원을 모 증권회사로부터 차입하는데 있어 홍성군이 일종의 채무보증인 '토지매입 확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의 초점이다. 즉, 공신력을 지닌 지방정부가 자금조달을 도와주고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부족한 대금만큼의 토지를 매입한다는 조건이다. 사업주체 측은 공익을 위한 민자 유치 사업인 만큼 홍성군의 부담행위가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설혹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직접 채무자는 SPC 법인이기 때문에 법인에 참여하지 않은 홍성군은 채무 우선변재 의무가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미분양으로 인한 미상환 금액을 홍성군에서 책임져야 하는 명백한 채무보증이라고 반박한다.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미분양이 발생하고 차입금 상환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2500억원에 대한 상환부담을 홍성군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1년 예산이 4000억원 정도에 불과한 홍성군이 자칫 파산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우려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궁리관광단지 사업에 대해 자치단체장의 추진의지는 확고하다. 취약한 지역경제를 살리고 낙후된 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역설한다. 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군 간부에 대한 경질 인사까지 단행하면서 중단없는 추진 의지를 내보이고 있고 해당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논란의 본질은 홍성군의 명운이 달려 있을 정도의 대형 프로젝트가 주민 동의 과정 없이 은밀히 추진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자칫 2500억원이라는 엄청난 혈세를 쏟아 부어야 될지도 모르는 '리스크 사업'을 대상지 주민들만을 설득해 추진한다는 것은 대다수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는 한정된 사업 대상지역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밀실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서 주민과 시민단체의 저항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채무보증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해소 대책을 내놓는 선행 과정이 필요함도 물론이다. 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은 지도자의 의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확고하고 강력하다면 그만큼 추진 동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사업을, 더욱이 홍성군 전체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리스크 사업을 자치단체장이 의지만 갖고 추진하는 것은 의욕을 넘는 과욕이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도자의 결단은 매우 중요하다. 지도자의 결단에 따라 기업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지도자의 참모습이요 덕목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면 그 결단의 근간은 공동선에 두어야 한다. 만일 공동의 이익에 반한다면 과감하게 방향을 선회하는 결단도 지도자에게는 필요하다. 공동의 이익에 반하는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궤도를 수정했다고 해서 그 지도자를 비난하고 지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로는 포기도 전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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