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그 진실과 기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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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그 진실과 기록을 위하여
  • 권기복<홍주중 교감·시인·칼럼위원>
  • 승인 2013.07.26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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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오늘 이장님들을 오시라고 한 것은 대일본 제국과 천황 폐하를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대일본 제국의 황군들을 위로해 줄 여성들을 차출하기 위한 것이오."
"예? 불과 3개월 전에 차출하더니, 또 입니까?"
"이거 마을마다 아가씨들이 바닥나게 생겼습니다."
"말이 많소. 천황 폐하를 위한 일이란 말이오. 각 마을 이장님들은 되도록 15세부터 20세 이하의 여성 명단을 5명씩 적어서 모레까지 제출하시오."
"왜 저녁진지 안 드시우? 꽁보리밥에다가 쥐꼬리 같은 무 꽁댕이 김치밖에 없어서 그러우?"
권 이장은 마루턱에 엉거주춤 앉아서 긴담뱃대의 담배 연기만 뿜어댔다. 앞산이 여느 때보다 아득하게 멀게 보였다.
"아니, 저 양반이 실성했나? 먹으란 밥은 안 먹고, 먼산바라보기 한숨만 푹푹 내쉬었쌌는교?"
"임자. 우리 동네에 처녀 아가씨가 몇이나 있나?"
권 이장은 그 때서야 천천히 머리를 돌려 아내를 바라보았다.
"이팔청춘 이쪽저쪽으로 하면 대여섯 명 남었겄는디요. 이번에는 몇 명이래유?"
부인도 그 때서야 남편이 왜 한 숨을 쉬는지 알게 되었다.
"다섯."
"그럼 종씨들을 빼면 네 명 정도밖에 없는디. 그 집들은 손위 딸들도 공출 당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막무가내일 터이구만유."
"그럼 어쩌겄는가! 종씨네 여식을 차출 명단에 올리면 어떤 사단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 아닌가?"
"×집 딸이 열세살인디, 체구는 열댓 살 먹은 처녀처럼 실허긴 헌디."
"그려! 그럼, 그 처녀까지 쓸 수밖에 도리가 없구먼. 당신은 낼 일찍 이팔청춘인 여식을 둔 종씨네들을 찾아가서 후딱 시집을 보내야 헌다구 혀야 쓰겄구먼. 하필이면 이런 때 이장은 맡아가지고 못할 짓 많이 허는구먼."
윗글은 1928년생인 큰고모(권병순, 홍성)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설식으로 쓴 것이다. 일본은 1941년 태평양 전쟁을 발발하면서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태평양 일대를 점거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게 된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전체와 우리 민족 모두 징병, 징집, 징수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 때 '정신대'라는 명목으로 조선의 딸들을 위안부로 차출하여 끌고 갔다. 아직 이를 증언할 수 있는 큰고모님 세대들이 아직도 살아계신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어떤가!
일본의 수상 직을 맡고 있는 아베는 '종군위안부는 지어낸 얘기다. 일본 언론이 만들어낸 얘기가 밖으로 나간 것이다'라고 하였다.
일본 우익들은 '정신대가 돈 벌기를 목적으로 한 공창들'이라고 하였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은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에선 극도의 흥분 상태에 있는 군인들에겐 위안부제도가 필요하다. 왜 일본만 문제 삼냐?'는 망언들을 쏟아놓고 있다.
아직까지 그 시대의 증인들이 소수 나마 살아계신다. 우리는 한 순간의 냄비 끓이듯이 하지 말고, 그 분들의 증언과 물적 증거를 수집, 확보하려는 노력에 경주해야 한다. 저들의 후손들은 더 극심한 망언들을 일삼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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