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도 귀천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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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도 귀천이 있나?
  • 김익중<홍성경찰서장>
  • 승인 2013.08.13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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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역에서 금년 들어 지금까지 벌써 10명의 살인사건!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홍성 군내가 떠들썩할 것이다. 아니다. 대한민국이 떠들썩할 것이다. 도대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찰서는 무엇 하는 곳이고 경찰관은 그 지경까지 오도록 도대체 무엇을 하였느냐고 질책하기 일쑤일 것이고 또한 그것이 사실이라면 질책 받아도 마땅하다. 또 정부차원에서 원인이 무엇이고 대책을 세우느라 장관이 오고 총리가 와도 아마도 몇 번을 왔을 것이다. 홍성 경찰서장은 경질이 되어도 분명히 여러 번 경질되었을 것이다. 세계적인 톱뉴스가 되어 연일 외신에서도 해외 토픽으로 다루는 등 야단법석일 것이 뻔하다.

그러나 홍성지역에서 금년 들어 10명의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살인사건이 아니고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일뿐이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인하여 10명의 아까운 목숨을 잃었건만 그 누구도 안타까워하거나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시민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언론에서도 무관심하다. 사람의 목숨은 똑같이 소중하게 다루어져야 함에도 살인사건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이렇듯 확연히 인식의 차이가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망사고 중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연을 한두 개 소개하고자 한다.

1. 지난 5월 중순경 보령에서 광천방향으로 오던 차량이 술에 만취한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반대차선으로 넘어가 역주행하다 홍성에서 광천방향으로 정상 진행하는 차량을 들이받아 정상차량의 여성 운전자를 사망케 하였는데, 음주도 안한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운전하다 변을 당한 운전자의 자식들이 아직 너무 어린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장차 아이들은 누가 키우며 누구를 엄마라 부르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2. 지난 7월 초순경 광천읍 한적한 도로에서 친구들 5명이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과속하여 커브 길을 꺾지 못하고 도로를 이탈하여 논바닥으로 처박혀 그중 한 명은 즉사하고 나머지 3명은 중상을 입었다. 다행인 것은 그 중에 한 명은 안전띠를 매어서 경상을 입는 데 그쳤다. 이 역시 젊디젊은 친구들 사이로 다 키워놓고 이제 사회로 진출만을 기다리고 있는 찰나에 이런 변을 당했으니 그 부모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것은 살인사건은 고의에 의한 살인이고 교통사망사고는 과실범이라는 데에 그 원인이 있는 듯하다. 고의나 과실이나 모두 똑같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매 한가지일 텐데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이렇듯 다르다.

문제는 교통법규를 준수해가면서 주의의무를 다하여 준법 운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났다면 그것은 행정관청의 책임이다. 즉 도로의 구조나 시설물에 문제가 있어서 사고가 났다면 다시 한 번 점검을 해보고 개선을 해야 하겠지만 홍성지역에서 발생한 교통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것이다. 그것도 음주로 인한 교통사망사고가 전체 10건 중 50%에 해당하는 절반이 음주로 인한 교통사망사고인 것에 그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고의와 과실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망사고의 경우는 백지 한 장의 차이일 뿐이고 어쩌면 고의범으로 처벌하여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자구(字句)적으로 해석하면 '음주를 하고 운전대를 잡으면서 설마하니 사고야 나겠어?'하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면 인식 있는 과실로 과실범이 되겠지만 '음주를 하고 운전대를 잡으면서 사고가 나도 어쩔 수 없지 뭐'라고 생각하고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났다면 미필적 고의로 고의범에 속한다. 이처럼 음주로 인한 교통사망사고의 과실과 고의 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과 뒷면 같은 차이밖에 없다.

이렇듯 교통사망사고에 있어서 고의나 과실의 차이가 그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듯이 사람의 생명에도 살인사건이든 교통사망사고든 그 생명의 소중함에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아까운 생명을 헛되이 버리거나 타인의 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우(愚)을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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