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물꼬 트인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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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물꼬 트인 이산가족 상봉
  • 홍주중 교감·시인·칼럼위원 권기복
  • 승인 2013.08.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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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지난 23일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추석 명절은 넘기지만 한동안 희망이 없어 보이던 일이 현실화되었다. 지난 60년간 한반도에 같이 살면서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들이 아직까지 8명 중에 7명으로, 상봉의 날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2010년까지 가족을 상봉한 남북주민은 2만1000여명으로 집계되었으며 남측 신청자 7만2000여명은 아직도 가족을 만나지 못했고 이 가운데 80%가 70세 이상의 고령자라는 것이다. 이런 통계로 볼 때 남북한의 20만 이산가족은 남북분단이라는 정치적 좌절감뿐만 아니라 한 가족의 단절이라는 인륜적 좌절감을 안고 60년을 넘게 살아온 것이다.

북한이 이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지난 23일 실무회담 제안을 수용하면서 하루 전인 22일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하자고 제안했다. 이 일이 성사되면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사실상 중단됐던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는 남북한의 잇속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언제라도 와해될 소지도 있다. 그러므로 당국자들은 유연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협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북한은 2008년 박왕자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폐쇄되면서 연간 3000만 달러의 안정적 외화벌이 수단을 잃게 되었다. 또한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은 연간 8600만 달러를 손안에 쥘 수 있었던 부분의 상당액 손실을 겪은 바이다. 그동안 외화벌이의 소중함을 충분히 깨우친 북한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은 아직도 이산가족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한 인륜적 소신이나 시민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한 민주적 신념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제 한반도에 덮친 정치적 한파가 풀리고 있는 셈이다. 통일의 강으로 흘러드는 지천들이 얼음장 밑에서 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나 관광을 통한 남북한 교류는 통일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 스포츠, 정치 교류까지 지속적으로 확대와 확산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통일은 정치, 경제 등 각 부문들에서 물꼬가 트여 하천을 이루고 그 하천들이 합류하여 유려하게 흘러가는 통일의 강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이 소원하는 금강산관광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일이다. 앞으로 남과 북이 문화와 스포츠, 민간 교류활동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치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만, 남한과 북한의 시민들을 위한 생명과 재산 등의 보호 장치 막을 굳건하게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일을 다시는 좌시할 수 없다. 남북한 정부는 양측 시민에게 정직해야 한다. 또한 남북한 시민들에게 신뢰를 확보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5년 전에 금강산관광을 갔다가 불귀의 객이 된 박왕자님과 같은 상황이 다시는 발생해서 안 될 것이며 4개월 전에 물건 하나라도 더 싣고 내려오기 위해 운전석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자동차 내외에 바리바리 싸들고 나오던 광경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면들이 개성공단의 재가동과 금강산관광의 재교류를 위해서 대한민국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장치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이는 한 국가의 이익에 못지않은 중요한 문제이다.
다시금 3년 만에 재개되는 이산가족 상봉을 환영한다. 이번에는 비록 7만2000명의 0.7%에도 못 미치는 500명에 불과하지만 빨리빨리 10번을 진행하면 7%에 달할 것이고 100번을 진행하면 70%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제 고령이 되신 분들을 위해 그 규모를 확장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언제, 어디서든지 화상통화 및 인터넷, 통신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 볼 일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어도 여러모로 수많은 한을 품고 살아온 대한민국 시민들 또한 부지기수이다. 그러한 시민들의 한풀이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해결해줘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기회로 하여 온 겨레가 은근히 설레며 기대하는 통일의 꿈을 안고 통일 한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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