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에 대한 기억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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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에 대한 기억들 (1)
  • 마이클부조<소망번역 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3.09.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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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이제 서서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제가 처음으로 한국행을 택한 시기를 회상하게 됩니다. 저의 인생을 바꿔 준 결정을 내리게 된 시점이 벌써 18년 전의 과거가 되었군요. 1995년이었고 저는 맥길대학교를 졸업할 시기였습니다. 당시의 제 계획은 1년 정도 해외에 나가 경험을 쌓은 다음 집으로 돌아와 석사과정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치학을 전공하였고 특히 아시아 정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한국을 택했는지 질문하는데, 제가 한국행을 택한 이유로 당시 저의 학문적 관심은 국가들과 민족들간의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었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당시의 제게 아주 흥미로운 연구 대상 국가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국을 가기로 결정한 순간은 졸업 기념으로 간 유럽여행에서 만난 한국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여행길에서 만나 여정 스케줄이 맞아서 수 일간 함께 여행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는 제게 한국에 올 것을 강력히 추천했습니다. 잠깐 이야기의 외길로 빠지는데요, 이 친구는 오늘까지 저의 가장 친한 친구들 중 하나이고 그 친구가 제 인생에 들어온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행을 결정하고 공항으로 향하면서 제 인생의 1장이 끝나고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기억납니다. 놀랍게도 몬트리올 공항에 도착하니 30여명이 넘는 친구들이 배웅을 하러 나와 주었고 물론 아주 뭉클한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작별의 순간이 지나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순간적으로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가 본 가장 먼 나라는 유럽이었고 그 곳은 비행기를 타고 5-6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한국까지는 20여시간이 걸리더군요. 저는 긴장으로 침을 삼키면서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5-6시간 후에 벤쿠버에 도착하였고 어느새 그냥 뒤돌아서 집으로 돌아갈까라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그냥 계속 가라는 소리도 들렸고요. 서울행 비행기에 들어가 자리를 찾아 앉고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인이라고는 저 하나였고 생소한 땅에서 낯선 자가 된다는 기분에 점점 더 불편한 마음이 커져습니다. 비행기에서 서울 김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예약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착륙하고 한국의 풍경과 한국어를 처음 들으면서 이러한 우려는 사라졌습니다. 그냥 갑자기 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 (Land of the Morning Calm)'에 서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렇게 저의 한국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공항을 출발하여 도시를 빠져나가 최종 기착지인 청주에 도착할 때까지 수많은 산들과 들판들이 보였고 청주에 도착한 날 밤에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을 보면서 내가 "라스베이거스에 온 건가?"라는 착각에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도시들의 밤을 찬란하게 장식하는 네온사인의 불빛들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광경들의 하나로 남습니다. 심신이 지친 상태였는데도 다음날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기대감 반 걱정 반으로 하루를 지새웠고 이와 함께 저의 한국에서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1995년도 여름과 가을에 제가 내린 한국행 결정은 다음날 제가 만난 한 사람에 의해 가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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