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의 유행성과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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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의 유행성과 위력
  • 권기복<홍주중 교감·시인·칼럼위원>
  • 승인 2013.10.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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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 방송된 KBS 2TV 인기드라마 '굿닥터'(극본 박재범/연출 기민수) 18회에서 서번트 신드롬을 지닌 자폐 성향의 레지던드 시온(주원 분)은 윤서(문채원 분)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애틋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일명 '시온송'으로 이름 붙여진 이 노래는 안치환 히트 곡 '내가 만일'이다. 윤서에 대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인 곡으로 윤서에게 진정한 한 남자로 서고 싶은 마음을 전하고 있다.
주원은 '내가 만일'을 시온 버전으로 소화하며 여심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노래를 부르면서 윤서를 생각하는 애틋한 눈빛 연기와 내면 연기를 훌륭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시온과 윤서는 서로 발코니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시온의 애절한 세레나데를 발코니에서 우연찮게 들은 윤서 역시 시온의 마음을 안타까워하며 사랑의 농도가 짙어져가는 눈물을 흘렸다.
우리 사회에서 의료업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가 적은 편이 아니다. 또한 그동안의 다른 드라마들도 시청자들로부터 상당한 사랑을 받아왔다.
순간순간에 사람의 생명이 오고가는 긴박한 현장감과 그 사이에 주고받는 의사의 사랑, 특히 의사만이 갖고 있는 의학에 대한 권위를 존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견하는 것이 판검사와 변호사를 소재로 하는 법정 드라마이다. 게다가 '굿닥터'는 시온이라는 자폐증 환자가 신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서번트 신드롬'이 드라마를 좀 더 인간미가 나도록 사탕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 같다.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따질 것 없이 그동안 많은 드라마들이 재벌가의 사치와 불륜, 비밀스러우면서 서스펜스한 가족 관계를 보여주던 것들에 식상하던 참이어서 그런지 '굿닥터'는 더 싱싱해 보였다. 그런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 하루 한 순간 쉴 사이 없이 물리고 뜯기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교육문제를 '굿닥터'처럼 그려낼 수는 없을까?' 하는 허망한 기대와 아쉬움에 휩싸였다.
사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직업이 있고 세간에 관심이 많이 쏠리는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다. 방송계가 그 으뜸일 것이고 정치계, 경제계, 법조계, 의료계, 교육계 등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제 교단에서 30년 세월을 넘긴 필자가 생각할 때 교육계는 환골탈태하였다고 본다.
30년 전에는 얼렁뚱땅 살던 선생님들이 많은 편이었다. 근무도, 수업도 그런 분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근무나 수업을 대충 하려고 해서는 교단에서 버틸 수가 없다. 그런데도 참스승은 예전의 교사요, 요즘 교사는 돈벌이 교사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이다.
필자는 열심히 일해서 쌓는 덕망보다 그 사회가 어떤 기준치와 기대치로 바라보는 눈길이 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는 필시 소견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 소견이 현실을 지배한다면 요즘 열심히 교단을 지키고 있는 선생님들이 참 안됐다.
우리 사회가 '굿닥터'를 만들듯이 '굿티처'를 만들어주면 안될까? 교단이 가장 어려운 우리 현실에도 단순한 직업이 아닌 소명의식을 갖고 교단에서 땀 흘리는 선생님들이 참 많은데…
이다음에 대한의 모든 국민이 연출한 '굿티처'가 최고의 시청률과 호평을 받으며 안방극장의 주인공이 될 날을 기대하여 본다. '내가 만일' 대한민국의 전 국민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극작가가 될 수만 있다면… 너무나 옹색해진 교단을 아무 말 없이 지키고 있는 선생님들께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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