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재가 빚은 남대문 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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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부재가 빚은 남대문 소실
  • 편집국
  • 승인 2008.02.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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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1호인 숭례문(남대문)의 소실·붕괴와 함께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 한국’의 자존심도 무너져 내렸다. 천재지변이나 전시도 아닌데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국보1호가 이처럼 허망하게 불타버릴 수 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럽기까지 하다. 허탈감을 느끼지 않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문화재 관리 부재가 낳은 치욕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398년 준공된 숭례문은 610년 동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동란 등의 전란을 견뎌온 서울의 대표적인 목조건물이다. 몇 차례의 보수 등을 거쳤지만 한국의 상징으로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왔기에 소실이 더 안타깝다. 각종 최신식 방화장비 및 시스템이 등장한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번 화재로 가슴에 큰 상처를 입은 국민의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1년 전 한 시민이 숭례문의 방화 가능성을 경고했는데도 나 몰라라 한 문화재 당국의 무관심은 국민의 분노를 더욱 자극한다. ‘확 불질러버려’라는 숭례문 근처 노숙자들의 대화를 들었다는 경고를 깔아뭉갠 것이다.
2006년 도로까지 없애며 개방한 후 이 같은 위험은 항상 있었는데도 방치해왔다.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변변한 방재장비는 물론 위기대응 체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문화재관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있는 것도 지키지 못하면서 복원 등을 핑계로 많은 예산을 들여 공사판을 벌이는 문화재관리 시스템을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문화재를 성역시하면서 관련 예산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쌍봉사 대웅전과 낙산사 동종 등 보물급 문화재에 이어 국보1호인 숭례문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문화재들이 잇달아 수난을 겪는 것을 보면 문화재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잘 알 수 있다.
광화문도 많은 예산을 들여 복원공사 중이지만 관리를 부실하게 할 바에야 복원의 의미가 없다. 앞으로 중요문화재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할 만하다. 이번 숭례문 소실을 계기로 문화재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책임자를 가려 엄중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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