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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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25 >
  • 한지윤
  • 승인 2013.10.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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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종례가 끝났다. 현우는 계속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그 세 아이의 눈길을 무시한 채 천천히 가방을 챙겼다. 이번 학교생활도 순탄치 않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현우는 그런 아이들을 잘 안다. 자기들의 세력을 위협할 만한 인물을 그냥 두지 않는 것이 그애들의 룰이었다. 조만간 큰 싸움을 걸어올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현우는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꼭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아무 의미 없는 세력다툼, 주먹싸움 따위에 취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신의 결심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뻔한 일이었다. 현우의 마음속에서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쟤들 조심해야 돼."
앞자리에 앉은 진영이 수근 대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앉아 있는 애가 종호라는 앤데 빽으로 버티는 애야." 진영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저 애 아버지가 우리 학교 재단 이사장이거든. 그래서 학교에서도 저 애를 손대지 못해. 세븐클럽이라는 불량써클을 만들어 몰려다니면서 아이들을 괴롭히고 나쁜 짓을 해도 선생님들이 야단 한마디 못한다니까. 더러워서 참. 그 녀석하고 붙어봐야 너만 손해니까 조심해."
진영이 낮은 소리로 일러주었다. 고개를 들어 힐끗 쳐다보니 종호라는 녀석은 주위에 둘러서서 떠들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 거만하게 앉아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현우는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굳이 싸움에 휘말려들고 싶지 않다는 방금 전의 생각이 사라지고 한 번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기 시작했다.
"집이 어디니? 같이 나가자."
진영은 쾌활하게 웃으며 가방을 메고 현우의 어깨를 툭 쳤다. 돗수 높은 안경을 쓴 진영의 맑은 웃음이 싫지 않은 듯 현우가 미소를 지으며 따라 나섰다. 그러자 그것을 본 세븐클럽 아이들도 종호의 눈짓을 신호로 천천히 뒤를 따라 나섰다.
교실을 나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면서도 현우는 뒤따라오는 세븐클럽 아이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종호라는 녀석을 혼내주고 싶은 충동이 자기도 모르게 이는 것을 느끼며 애써 자제해야 한다는 속말을 거듭했다.

진영이와 현우가 교문 밖을 나서자 종호를 제외한 세 녀석이 그들을 지나쳐 앞을 가로막아 섰다. 진영이 겁에 질린 얼굴로 현우의 등 뒤로 섰다. 세 녀석은 금방이라도 칠 듯이 현우를 노려보았다. 현우는 태연한 얼굴로 그들을 무시하고 진영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하며 지나쳤다. "제법인데"라는 말을 뇌까리며 세 녀석이 다시 앞으로 나서 현우를 가로막아 섰다.
"야! 오늘 전학 왔으면 우리들한테 신고식을 해야 할 거 아냐?"
한 녀석이 잇사이로 침을 칙 뱉고 나서 말했다.
현우는 그러는 녀석이 가소롭다는 듯 픽 웃고 말없이 녀석들을 헤치고 나갔다. 당황한 녀석들이 종호를 쳐다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어가는 현우의 뒷모습을 보며 종호는 빙그레 웃었다.
"그냥 놔둬."
아이들이 분하다는 듯 주먹을 쓰다듬었다. 교문 앞 가로수 아래에는 어느새 모여들었는지 여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얘, 종호한테 안 지는데. 생긴 것 답지 않게 대가 센 것 같애."
호기심어린 눈길로 현우의 뒷모습을 쫓는 여학생들 사이에서 말없이 현우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미라는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의식하고 고개를 돌렸다. 종호였다. 뜨악한 표정으로 종호가 고갯짓을 하자 미라가 픽 웃으며 따라나섰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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