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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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26 >
  • 한지윤
  • 승인 2013.10.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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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희뿌연 담배연기로 가득한 실내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숭숭 뚫린 구멍사이로 빛을 발하는 조명기구가 어지럽게 돌고 있는 플로어에는 하나같이 짙은 화장에 미니스커트를 걸친 여자 아이들이 껌을 씹은 채 흔들어 대면서 어쩌다 눈이 마주치는 남자들을 향해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어깨가 다 드러나는 소매 없는 셔츠를 걸치고 번들거리는 머리칼을 세운 남자아이들도 주위의 여자애들을 눈여겨보면서 의미 있는 미소를 던지며 귀청을 찢는 듯한 댄스뮤직에 맞춰 팔다리를 흐느적거렸다.
플로어 한 구석에 놓인 마이크 앞에서 썬그라스를 쓰고 번쩍거리는 옷을 입은 디제이가 역시 흔들어대면서 소리를 질렀다.
"신나는 인생, 멋진 세상. 오늘도 저희 디스코텍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혹시 미성년자나 고등학생이 계시면 청소년 입장불가라는 저희 업소 앞의 푯말에는 개의치 마시고 신나게 즐기기 바랍니다. 만약 단속반이 들어오면 뒤쪽에 비상구가 있사오니 신속하게 알아서 탈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걸리면 바보. 안 걸리면 장땡!"
멘트를 마친 디제이는 제 흥에 겨운 듯 연신 괴성을 질러대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플로어 한가운데서 종호와 세븐클럽 아이들이 몇몇 여자애들과 마주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중 한 애는 현우에게 시비를 걸지 말라고 했던 아이, 미라였다. 맥주를 몇 병씩 들이 킨 아이들의 입에서 술냄새가 풍겨 나왔다. 춤을 추면서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무표정한 미라를 종호가 흘낏 쳐다보았다.
순간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어수선한 실내를 찢고 울려 퍼지며 노란 단속반 완장을 찬 남자들이 뛰어들었다. 홀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탁자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나 플로어에서 흔들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비상구로 몰려들었다. 종호와 미라 등도 서둘러 비상구로 빠져나갔다.

디스코텍을 빠져나온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숨이 턱에 닿게 달린 미라와 종호는 멀리 떨어진 골목의 가로수에 기대었다.
"어쩐지 꿈자리가 사납더니 하필 오늘 같은 날 단속반이 뜰 게 뭐야."
숨을 몰아쉬며 미라가 말했다.
"그래도 재미있잖아."
역시 숨을 몰아쉬며 종호가 미라를 바라보았다.
"너같이 빽이 든든한 사람이나 재미있지. 어차피 넌 걸려도 아버지 덕에 문제없을 테니까."
미라가 샐쭉해져서 고개를 돌렸다. 요즘 들어 부쩍 종호의 하는 짓이 못마땅한 미라였다. 처음엔 여러 아이들을 하인 부리듯 하는 종호의 카리스마적인 모습이 싫지 않아서 함께 다니기 시작한 것이고 종호의 관심을 은근히 즐겨오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현우가 나타나고부터 미라에게 비춰진 종호의 모습은 불만투성이였다. 특히 아버지의 빽을 믿고 설치는 모습이 그렇게 못나 보일 수가 없었다. 자기 실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어른들 힘으로 버티는 아이. 그런 종호에게서 미라는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 미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라진 미라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종호가 웃었다.
"그만 가야겠어."
기대었던 몸을 가로수에서 떼는 미라에게 종호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한 손을 가로수에 버티고 나머지 한손을 미라의 어깨에 얹었다.
"무슨 짓이야?"
미라가 긴장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기분도 그렇지 않은데 어디 가서…"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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