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차렷, 경례."
구령이 덜어지자 초등학생처럼 부동자세를 취한 민선생이 상냥하게 인사를 하며 자신을 응시하는 까만 눈들을 사랑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교실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현우의 가슴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현우의 귀에 민선생의 목소리는 의미 모를 노래소리처럼 들려왔다. 국민학교때부터 지금껏 어느 선생님한테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투를 민선생은 지녔다. 첫째, 민선생의 말씨에는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직업으로서의 교사의 태도를 가진 흔한 선생님들에게서 볼 수 있는 타성에 젖은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한 가지 단어, 한 가지 개념을 가르치더라도 정성을 다해 친절히 설명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둘째, 눈빛이었다. 교단에 선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눈빛을 민선생은 수업시간 내내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젊은 여선생들에게 장난치고 망신주기를 즐겨하는 남학생들 답지 않게 모두들 유치원생들처럼 얌전하기만 했다.
"저 선생님 이름이 뭐니?"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민선생이 나가자마자 현우는 진영의 등을 툭툭 두들기며 물었다.
"응, 민소영 선생님."
진영은 앞뒤로 앉게 된 이후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어온 게 몹시 기뻤다. 불량기 있는 전학생이라면 뻔한 아이일텐데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리는 것이었다.
"어때?"
"어떻다니? 뭐가?"
진영의 눈에 현우의 모습이 낯설게 비쳤다. 무슨 일에든지 그저 그렇고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무조건 반항적인 아이 같았는데, 지금 보이는 그의 모습은 호기심에 가득 찬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진영의 눈치 없는 되물음에 현우가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응, 민소영 선생님 말야? 굉장히 좋은 분이지."
모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잃을 것 같아 진영이 얼른 대답했다. 진영은 현우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왜 그래?"
"응. 누굴 닮아서 그래."
들릴 듯 말 듯 현우의 목소리가 젖어드는 것 같다고 진영은 생각했다. 진영은 그게 누구냐고 물어보려다가 참았다. 현우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뭐야? 이 자식아!"
두 사람은 동시에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종호네 패거리 중 청자켓을 입은 한 아이가 눈을 부릅뜨고 금새 치기라도 할 듯 어떤 아이를 노려보고 서있었다. 바로 옆에서 종호는 밟힌 발을 움켜쥐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지금 시비 거는 거냐?"
삽시간에 주위로 몰려든 종호네 패거리 가운데에 끼어 갇힌 아이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아냐, 그런게 아냐. 미안해."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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