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군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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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 군수의 선택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3.10.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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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모 공중파 방송의 '인생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한 개그맨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이 프로그램은 선택을 주제로 한 오락물이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주인공이 "그래! 결심했어"라고 외치면서 각각 선택된 삶을 통해 인생 역정이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는 지를 드라마로 보여줬다. 올바른 길을 선택했을 경우 순탄하고 활력 넘치는 인생 역정을 걷게 되는 반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질곡의 험로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최근 김석환 군수의 궁리지구 관광단지 조성사업 포기 선언을 둘러싸고 홍성지역 주민들 사이에 설왕설래하고 있다. 궁리지구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김 군수가 취임 초기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사업이었고 최근까지도 의욕을 보여 왔기에 돌연 포기선언을 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지역민들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 시작부터 포기까지 추진과정 대부분이 외부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궁금증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3년 만에 사업 포기 선언을 했지만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고 어떤 포석이 깔려 있는지 등에 대한 뒷말은 여전히 무성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군수의 사업 포기는 늦었지만 일단 잘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사실 궁리지구 관광단지 사업은 출발부터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 특정 민간 사업자에게 사업 제안이 이루어지고 MOU도 체결됐다. 1조여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민간사업이 베일에 싸여 극히 개인적이고 비밀리에 추진됐기에 사업 추진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특혜성이나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업 추진과정도 주민들로서는 충분히 의혹을 가질 만했다. 민간사업자가 사업 초기자본 2500억원을 차입하는데 홍성군이 채무보증을 서겠다고 하니 어찌 수긍할 수 있겠는가. 2500억원이라는 자금은 홍성군의 1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만약 채무보증이후 사업이 잘못된다면 홍성군은 고스란히 빚을 떠안아야 되고 결국 파산의 길을 걸어야 한다. 공직계 내부에서 조차 이같은 위험성을 지적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군수의 독단적 선택에 의해 계속 추진되어 왔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자칫 지역이 망쳐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지역민들과 시민단체 등이 사업을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궁리지구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김 군수의 판단이 그릇됐다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개발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부유한 지역을 만들고 군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각론에 있어 선택의 문제였다. 사업이나 사업자에 대한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분석을 거치지 않고 뒷거래하듯이 개인적인 선택에 의해 비밀스럽게 추진됐으니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리 만무였던 것이다. 포기 선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은 있지만 이제라도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점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궁리지구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중장기 발전계획에 반영해 장기적인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그러나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느냐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깔끔한 마무리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되돌릴 부분이 있다면 되돌리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기 보다는 당당하게 인정하고 돌파해 나가는 것이 여론 악화를 막는 길이다. 앞으로의 사업 추진과정도 투명해야 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선택이나 뒷거래 식의 사업 추진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선택만이 군민들로부터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목민관의 선택은 일반인의 그것보다 더욱 신중하고 이성적이어야 한다. 나 자신 뿐만 아니라 9만 명이라는 지역민들의 인생 기로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과 위민에 바탕한 선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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