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짝천국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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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천국 홍성
  • 이충엽<홍성읍 오관리>
  • 승인 2013.10.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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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그것을 즐기는 애호가들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 번 길들여지면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술과 담배를 생산하고 거기에 따른 세금을 받아들여 그 세금이 사회복리에 사용되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다. 여기에 보태서 주류회사는 술 한 병을 마실 때 마다 장학금이 누적된다는 공익과 상업을 결합시킨 교묘한 광고로 소비의 명분을 제시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가 나서서 술과 담배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술과 담배를 생산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회구조가 만들어내는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이라면, 국가가 상품에 그 유해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붙이고 금연구역을 설치하는 것 등은 원칙을 바로세우는 일이라 하겠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리스인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실용적인 방법을 로고스(이성;Iogos)으로 설명하고 이성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을 의인화 한 뮈토스(mythos)와 신화에 의존하였다. 음악은 로고스의 산물인 악기와 악보에서 시작하지만 연주에서는 이성의 한계를 넘어 엑스타시스의 세계로 진입한다. 꽹과리를 배운 적이 있는 필자 역시 한참 사물연주에 빠져들면 의도적으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묘한 소리가 나는 것을 종종 경험했다.
이 같은 감동 즉, 엑스타시스는 인간의 심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음악이 인간의 감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래서 좋은 음악, 고급음악이라고 평가되는 것들은 심성을 정화시키고 이성의 한계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맺힘을 풀어주고 위안을 주며, 희망과 활력소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음악은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성, 그리고 문화의 총체라는 점에서 군(郡)이나 관공서가 주최하고 지원하는 행사에서는 소위 트롯이라고 하는 뽕짝은 일정부분 걸러져야 된다고 본다.
현재의 트롯은 서양의 7음계를 전부사용하고 있어 '레'와 '시'를 뺀 일본의 5음계음악인 엔카와(일본군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멜로디구성의 유사성과 문화지배전략의 차원에서 확산되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트롯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리듬은 말초적 흥을 돋우며, 사회적으로는 통제 즉, 지배하기가 쉬운 인간을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트롯은 공연자의 음악성보다는 노래기법에 의존하므로 음악(예술)이 인격수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기본이 무시되면서 예술의 발전을 가로 막는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실에서도 트롯은 대중음악은 될 수 있어도 인간의 심성을 정화시키는 고급음악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하여, 술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특히 지역의 문화가 강조되는 지방자치에서는 이러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홍성의 많은 행사와 공연에서는 관객동원이라는 목적에서 거의 트롯으로 도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좋은 예로 지난 도민체전의 식전행사에서 트롯과 그것에 맞춘 율동, 그리고 독립운동가인 만해의 시를 트롯으로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발상이나 성지인 생가에서 의미도 특색도 없는 부정확한 공연을 하는 것은 과연 홍성이 트롯천국이 아닌가를 의심하게 한다.
따라서 트롯이 대중의 애환을 달래 왔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으나, 현재와 같은 홍성군의 문화예술정책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공연예술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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