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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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34 >
  • 한지윤
  • 승인 2013.12.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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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저, 들어가도 되지요?"
"네. 네. 드드 들어오세요."
왕순이 신음 섞인 소리로 대답했다. 생각 같아선 왜 왔느냐고 소리를 질러 다시는 발걸음을 못하도록 쇄기를 박고 싶었지만 장님이 아니고서야 미애의 떡벌어진 체구에 대고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왕순의 허락을 받은 미애는 좋아서 못 견디겠는지 가뜩이나 큰 입을 찢어지게 벌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제가 온 게 뜻밖…?" 발을 들여놓던 미애의 말끝이 흐려졌다. 신바람 나서 들이민 몸이 반쯤 열린 몸에 끼어 꼼짝달싹 할 수 없게 되고 만 것이다. 몸을 빼기 위해 왼쪽으로 기울였다가 오른쪽으로 기울였다가 힘도 써보고, 배를 들이밀면 될까 하여 숨을 들이쉬고 안간힘을 썼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형"
잔뜩 찡그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왕순의 팔을 툭툭 치며 현우가 목소리를 낮추어 왕순을 불렀다.
"왜"
무슨 수로 이 끔찍한 상황을 타개할 것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왕순이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려 현우를 쳐다보았다.
"무슨 좋은 수라도 생겼나?"
"좋은 수라니?"
"그럼 나보고 여기서 저 헤비급을 상대하란 말이냐?"
"들리겠어."
현우가 문쪽을 흘긋거리며 말리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넌 뭐가 그렇게 좋냐?"
왕순은 괴로운 심정도 몰라주고 웃고 있는 현우가 얄밉기조차 했다. 얼굴이 잘나서 치르는 댓가치고는 너무 심하다 싶은 생각에 가뜩이나 속이 상해 죽겠는데 위로는 못해줄망정 비실비실 웃다니.
"형, 창밖에 여자보다 불쌍한 여자가 누군지 알아?"
더는 못 참겠는지 현우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몰라."
귀찮은 표정으로 왕순이 고개를 흔들었다.
"창틀에 끼인 여자야."
현우가 턱짓으로 미애를 가리키며 말했다. 현우의 눈길을 따라 왕순이 고개를 돌리자 안간힘을 쓰느라 얼굴이 상기된 미애와 눈이 마주쳤다.
"낄낄. 저 문이 언제 저렇게 작아졌냐?"
"형, 소리가 너무 커."
미애에게 소리가 들릴까봐 만류하는 현우도 웃음을 못 참겠는지 책상 밑으로 고개를 박고 킥킥대기 시작했다.
미애는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심장이 눌렸는지 기도가 막혔는지 당장 빠져나가지 않으면 졸지에 질식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애는 신문에 난 기사를 상상해 보았다.
"문틈에 끼어 질식사"
말도 안 된다. 웬놈이 문이 개구멍만하냔 말이다. 이런 모습으로 죽을 수는 없지. 미애는 고개를 흔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문밖을 내다보니 바로 문앞에 오토바이가 서 있었다. 아하! 미애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 오토바이가 문을 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미애는 슬며시 발을 들어 오토바이를 밀어 보았다.
"우당탕탕-"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킬킬대고 있던 두 사람은 벌떡 일어섰다. 문틈에 끼어 있던 미애가 보이지 않았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리가 난 문쪽으로 뛰쳐나갔다. 문밖에는 세워두었던 오토바이가 미애와 나란히 쓰러져 있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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