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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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
  • 권기복 <홍주중 교감․시인․칼럼위원>홍주
  • 승인 2013.12.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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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곳곳에서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2013년 전, 종속적 계급사회를 부정하고 사랑과 평등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을 구원하고자 33년의 일생을 바친 분의 탄신일이다. 그 분께서 인간으로서의 생을 마친지 1980년이 지났지만 그분께서 실현시키고자 했던 믿음은 오늘날 전 세계에 가장 널리 퍼져 있다.
그렇다고 온 세상이 사랑과 평등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불신과 적대감으로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도 곳곳에서 대립과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런 가운데 서로 '네 탓'만을 외치고 있어서 더욱 서글프기만 하다.
어제는 필자의 학교에서 장학생 선정위원회를 개최했다. 학급당 2명씩 가정환경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잘 하는 학생들을 추천하기로 하였다. 총 32명에게 각각 10만원씩, 32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하였다. 장학금 재원은 홍성의 모 교회에서 100만원, 지역사회의 개인 분들이 100만원과 10만원, 본교 18회 동창회에서 연말에 반, 신년도 입학식에 반을 써달라면서 100만원을 기탁하여 주었다.
특히 2012학년도 본교 어머니회에서 '교복물려주기운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기증한 헌 교복을 수선하고 세탁하여 주신 교복 판매 대금 60만원이 재학생들에게 장학기금으로 쓰일 수 있게 되어 더욱 더 값진 장학금일 수 있게 되었다.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넘겨준 교복, 이를 일일이 수선하고 세탁하여 마치 새 옷처럼 옷걸이에 챙겨주신 그 따뜻한 손길 덕분에 모인 장학기금이니 만큼 이보다 더 따뜻한 겨울의 선물이 있겠는가.
학생들이 모두 받는 데만 익숙해진 것은 아니다. 본교 학생회나 봉사동아리 등에서 정기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상당히 소외당하는 시골마을 노인회나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말동무하고 안마해 드리기, 주변 정리 및 청소하기 등 친교활동과 환경보전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특히 연말을 맞이하여 스스로 모은 용돈으로 선물을 마련하여 따뜻한 겨울 인심을 가득 지피우고 있다.
민주주의를 종종 역설하면서 필자도 시민의식의 부족을 말하곤 했다. 무조건 떼쓰면 다 된다는 식의 떼쟁이 시민의식이나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여 다른 사람이 입게 될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적 시민의식 등이 그 예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상당히 바뀌고 개선되어 가고 있다. 선진 민주국가만은 아직 따르지 못했지만 이웃을 배려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려는 마음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사랑과 평등은 어떤 종교의 신념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이념인 '인간의 존엄성'은 곧 사랑과 평등으로 나아가야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사랑과 평등의 정신을 되새겨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만 기울인다면 서로 간에 '네 탓'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서로서로 양 팔을 껴안고 '사랑합니다'라고 외쳐보자. 아마 삼천리 방방곡곡의 거리마다 따뜻한 겨울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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