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들이] 명품교(名品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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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들이] 명품교(名品敎)
  • 범상<석불사 주지, 칼럼위원>
  • 승인 2014.02.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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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란 ‘인간이 지니는 궁극적인 문제(죽음)를 해결해 준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신앙하는 무리들에 의해 영위되어지는 의례를 동반하는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정의된다.
적어도 우리 사회의 상당수 무리들은 명품(돈)이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행복이라는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신앙하며 그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 만들어 내는 유행 즉, 문화현상은 가히 종교적 위치를 차지한다 해도 별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된장녀’, ‘김치녀’, ‘선물녀’ 등등으로 불리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명품을 얻으려는 무리들을 ‘명품교 신도’라고 정의하고 사회현상으로서 전문적 연구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턱뼈를 깎아내는 수술로 모아진(1000명) 뼈 조각을 병원내부 장식품으로 설치하여 한바탕 난리가 났다. 현행법상 ‘의료폐기물처리위반’이라는 법적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물질만능 외모지상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여기에 보태어 인터넷에는 ‘에르메스’라는 명품가방을 사준다고 약속하고서는 ‘루이비통’을 사왔다며 자기를 무시한다는 투의 심한 욕설과 함께 선물 받은 가방으로 남자친구를 때리는 동영상이 검색순위 상위권에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결혼적령기의 여성들이 TV프로에서 남자를 성(性)과 재물(키, 외모, 연봉 등)로 평가하여 함께 출연한 외국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거나 낯 뜨거운 질타를 받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이에 반해 외국남성들에게는 너무나 쉽게 자신을 허락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다녀간 외국남성들은 공공연히 한국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손쉬운 성적파트너라며 공개적으로 그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심각성은 매우 크다.
이처럼 기능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신체부위를 단지 외모를 목적으로 수술을 하고 4년제 대학졸업자 초봉평균이 200만원 정도에 불과한 현실에서 1년 연봉에 해당하는 수천 또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명품을 선물로 받겠다는 것은 이성적 판단을 잃어버린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단지 외국인과 친구관계를 맺는 것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는 발상과 행동은 허세와 허영의 극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명품교 신도’들에게 사랑은 더 이상 고귀하고 소중한 이성적 행위일 수 없다. 이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단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며 ‘성 개방’, ‘양성평등’ 등 역시 신체를 도구화하는데 있어서 명분 즉, 방어기재로 사용될 뿐이다. 대부분의 ‘명품교 신도’들은 TV라는 공공매체에서 동물의 왕국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이성적 판단이 수반되는 인간사회에서 외모를 문제 삼고 연봉이 적다하여 루저(패배자)로 취급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동물적 본능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동물적 본능으로의 회귀라는 표현이 다소 거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에서 예를 든 사례뿐만 아니라 권력과 출세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사회 전반이 그렇게 진단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무개념 여성의 상대는 무개념 남성이고 무개념 정치의 상대는 무개념 국민이며 필자를 포함한 명품교 신도들의 조부모와 부모들은 ‘애인이 없으면 장애인’이라고 표현되는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서구열강들에 의해 신분계급이 해체되었고 식민지와 6.25를 겪으면서 든든한 배경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사회를 살아오면서 생겨났다고 본다. 마치 카멜레온이 환경에 따라 몸의 색을 변화시키면서 생존하듯이 말이다. 따라서 외부(보여주는 것)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동안은 상업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명품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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