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이야기] 서어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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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이야기] 서어나무 숲
  • 박정숙<홍성군 숲 해설가>
  • 승인 2014.02.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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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김없이 속내를 드러낸 겨울 숲에는 앙상한 나신들이 바람의 장단에 지직지직 잠꼬대를 합니다.
서어나무는 지난 가을 할머니 서어나무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자장가로 지루한 겨울잠을 자며 꿈을 꿉니다.
“아주 먼 옛날 이 골짜기에 버려진 돌밭이 있었단다. 그 곳엔 아주 작은 풀들이 꽃을 피웠고 벌과 나비들이 날아드는 행복한 초원이었지. 그런 초원에 어느 날 진달래 싸리나무들이 이사를 오고부터 작은 풀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단다. 그리고 몇 년 후 바람을 타고 날아온 소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면서 한 해 한 해 세력을 넓혀 갔지. 주변의 키 작은 나무들을 숲 밖으로 몰아내기 시작하더니 수십 년 동안 자기들만의 왕국을 만들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떡갈, 단풍나무 등 큰 잎사귀를 가진 나무의 씨앗들이 들어와 싹을 틔우고 성장하면서 소나무들을 산꼭대기로 몰아냈단다. 그리고도 오랜 세월 그들만의 왕국을 이루었단다. 세월이 흐른 후 떡갈, 단풍나무들의 세력이 약해지고 음지성 활엽수림으로 바뀌었지. 서어나무가 새 주인이 되기까지 200여년이 걸렸단다. 사람들은 서어나무 숲을 극상림이라고 한단다. 긴 역사를 통해 비옥한 땅을 터전으로 자리한 서어나무 숲은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안정된 숲이라고 말하기도 한단다.”
서어나무 숲은 모든 생물들을 넉넉한 품으로 보듬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이야기와 함께 아기 서어나무는 더 깊은 잠으로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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