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이 살아나야 학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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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살아나야 학교가 산다
  • 권기복<홍주중 교감 ·칼럼위원>
  • 승인 2014.02.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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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왕조에서든지 왕권 없는 왕조의 비참한 운명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철옹성 그 자체였던 로마 제국이나 원 제국 등을 살펴보아도 무너질 때에는 왕권이 약화되자마자 맥없이 쓰러져 갔다. 가까이 우리 역사를 보아도 백제, 고구려, 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요인보다 분명한 것은 왕권의 약화와 붕괴에 있었다. 지금, 교권 없는 학교의 운명이 이와 다를 바 있는가.
왕권이 없거나 약화된 왕조의 특징을 보면 그 권력이 어디론가 쏠려가서 왕권을 위협하거나 겁박하곤 하였다. 신라의 귀족세력, 고려의 권문세족과 조선의 세도정치 세력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 학교의 사정은 어떠한가? 교권은 사라지고 학교에서 교육의 일축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꼭두각시가 된 지 오래다. 꼭두각시는 어떤 일을 시켜도 괴롭거나 부끄럽다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 현직의 교사들이 그렇다.
앞에서는 말이 없다. 대신 뒤에서 불평은 한다. 그 불평은 자신의 처지를 어루만져주는 안주거리에 불과하다. 현장 연수를 받는 기회가 있었다. 어느 강사가 오전 세 시간을 쉬지 않고 해서 20분 빨리 끝내겠다고 하였다. 150분 강의 중에 지루함과 함께 용변 등 볼 일이 있어도 참아야 했다. 강의가 절반 정도 지났을 때 필자가 손을 들어 10분 정도 쉬었다가 진행하자고 하였다. 그럼 10분이 늦어질 거라고 하였다. 그래도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쉬는 시간에 다른 선생님이 오셔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왜 그 분은 쉬었다가 진행하자고 말을 못하는 것인가.
20여 년 전만 하여도 교원연수가 침묵의 시간만은 아니었다. 강사 선생님의 교육 이론 전개에 따라 현장과의 괴리 문제 등을 제시하고 열렬한 토론활동이 전개되곤 하였다. 조금은 소란스럽기도 하고 무질서해 보이기도 하였지만 살아있는 연수였다. 요즘은 그 어떤 연수를 받아보아도 무덤 속만 같다. 강사들은 말하기만 하고 연수생들은 듣기만 한다. 형식적으로 강의를 마친 후에 질의하라고 하면 다른 연수생들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고 만다.
학교만큼 평가를 철저히 받는 공공기관은 없다. 학생과 학부모, 동료교사에 의한 교원능력평가, 상급기관에 의한 학교평가 등이 그 예이다. 대통령도 임기동안 단 한 번도 받지 않는 평가를 교원들은 해마다 받는다. 그 평가가 교원능력을 향상시키고 학교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이지만 고양이 목의 방울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피 평가자는 어떤 활동에 대하여 취사선택과 분석, 검토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능력이 없을 때에는 인정적, 감정적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학생을 대상으로 평생 평가를 해온 교사들도 평가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초․중학생이나 모든 학부모님들이 제대로 된 평가능력을 갖고 있을까? 평가 그 자체의 의미는 존중하지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들이 학교의 위상을 제고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상급기관과 학부모, 학생들의 눈치만 살피느라 복지부동하게 하고 교권을 쓰러뜨리는 기능만 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평가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교권 회복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적 보완이다. 교육도 서비스직 임에는 틀림없지만 교육에 대한 소명의식이 없으면 교육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 개개인의 인생을 감안하여 시의적절한 교육적 처방을 위한 프로젝트가 요구되는 곳이다. 이러한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학교를 순간순간의 평가대상으로 삼는 것 또한 무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자율경영 체제 보장, 학부모 소환권, 학생 교육의 주체권 등을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
상급기관에서는 말로만 내세우는 학교자율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학교에 이양하고 상급기관은 각 학교에서 얼마나 교육적 특성을 잘 살리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자잘한 항목을 제시하고 학교평가를 하는 것은 학교에 대한 경영 간섭과 지배를 떨칠 수 없다. 교사들도 예전에는 권위적 교권으로 학교를 운영해온 행태를 청산하고 민주적이고 제도적 권위로 재탄생해야 한다. 예전의 교권이 교편에서 나왔다면 이제는 교사의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이해와 설득력을 기본으로 하고 법제도를 통해 상호 간에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온 국민의 학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강 건너 불구경이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 집 우물을 메마르게 할 수 있다.
교권이 살아나야 학교가 살고 학교가 살아나야 우리 학생들도 진정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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