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선택이 비난받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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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선택이 비난받을 일인가
  • 양혜령 기자
  • 승인 2014.03.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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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양심을 보았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해야 세상이 바뀐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 통념으론 상식과 양심이 통하지 않는다. ‘삼성을 말한다’의 김용철 변호사,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의 권은희, 윤석열 등 양심적 고발을 했을 때 권력사회에서는 그들을 배신자로 취급했다. 어떤 사회든, 조직이든 상식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자신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에 분노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개인의 희생까지도 감수해가며 사회 불의에 대해서 양심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눈감아버리는 쉬운 선택을 하곤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정의와 상식, 그리고 양심에 대한 목마름이 문화 전반에 걸쳐 반영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책의 인기는 여전하고 대학가를 시작으로 번져나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소홀했던 사회 정의와 상식을 서로가 서로에게 물으며 유행처럼 퍼졌다.
‘양심을 보았다’는 이런 옳고 그름,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인 양심을 따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홀로 외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 그리고 어떤 도덕적 원천이나 가치관이 그들로 하여금 그런 선택을 하게 했는지 100년 동안 각기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4가지 실제 사건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선택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 이얼 프레스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오랜 시간 신념을 지킨 이들을 추적했다. 예컨대, 1938년 당시 스위스는 ‘난민자를 받지 마라’는 선포를 했다. 하지만 파울 그뤼닝거 경찰서장은 국경을 넘으려는 한 소년의 도와준다. 법을 어긴 대가로 경찰서장의 직위를 박탈당해 초라한 삶을 산다. 왜 법을 어겼냐는 질문에 그는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본능적으로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믿음이었다는 것이다.
그뤼닝거는 “저처럼 그 사람들의 가슴 아픈 상황을 반복해서 목격한 사람이라면 어머니와 자식들이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는 광경, 차라리 죽여 달라고 매달리고 또 차라리 자살을 하고 말겠다고 울부짖는 광경을 반복해서 목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결국에는 더는 참지 못하고 저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라고 말한다.
2000년 주식시장이 위기였을 때 손실 위험이 높은 상품을 어떻게든 고객들에게 팔라는 지시를 거부했던 레일라 와일더(스탠포드 그룹의 투자 자문역)는 해고당했다. 그녀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에 “나도 모르겠다. 그냥 옳은 일이니깐,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요” 라는 반응을 보였다.
저자는 침묵하지 말라고 분노하라고 직접적으로 강요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압력 속에서도 ‘아니오’를 외친 그들은 영웅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 양심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가장 평범하게 고수했던 것뿐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저자는 모두가 언제나 용기 있는 선택을 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그런 선택을 한 이들에게 관심과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또한 정의와 상식에 목말라 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이얼 프레스 지음/이경식 옮김 흐름 출팜/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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