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미술산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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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미술산책]소
  • 윤후영(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학예사)
  • 승인 2014.04.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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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그림하면 대표작가로 이중섭(1916~1956)이 있다. 소재도 다양하여 ‘흰소’, ‘싸우는 소’, ‘황소’ 등이 있다. 흔히 역사의 격동기 민족의 분노와 역동성을 가장 잘 나타낸 그림으로 정평이 나있다. 힘찬 선으로 골격의 형태미를 단박에 드러낸 그림은 당시의 시대상황과 화가자신이 처한 상황을 대변한다.
고암의 이 그림 또한 이에 견주어 말 할 수 있다. 그린 시기는 고암의 ‘소’그림이 10여년 뒤의 것이지만 고암 또한 식민지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었다. 그리고 남북분단 아래 정치적 피해를 받았다. 역사의 시대상황과 그 속에서 화가가 겪은 내·외부적 상황이 이렇게 우리민족의 상징 동물에 빗대어 표현되었다. 동·서양화의 재료와 기법은 다르지만 고암은 당시의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거대한 황소(흑소) 한 마리가 걸어간다. 잘 발달한 상체에 커다란 머리를 들고 앞을 예의주시하며 나아간다.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주눅은커녕 건강하고 멋진 폼이다. 자못 긴장한 듯하지만 뒷다리를 보아하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영양상태도 양호하여 가죽과 털에 힘이 있고 윤기 있어 보인다. 1969년4월, 출소 후에 바로 그린 것이다. 억압과 부자유, 그를 둘러싼 불가능, 이 모든 것을 뿌리쳐 이겨낸 자의 당당함과 여유가 가득하다. 마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는 불가(佛家)의 시구(詩句)를 눈으로 보는 듯하다. <한지에 수묵·57cm×43cm·196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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