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
상태바
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
  • 한지윤
  • 승인 2014.07.04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난리쳐대며 웃었다.
그런 소리들을 분명하게 들어야 되는 신중의 마음은 차라리 괴로움 그것이었다. 못들은 척 하면서 태연히 걷자니 그것 역시 고역 중에도 고역 그것이었다.
영 찝찝한 그의 귀에 더욱 요상한 말들이 들려왔다. 그 쪽에서는 고의적임이 분명했다. 겉으로는 수줍은 척, 모르는 척, 안 그런 척 하면서 뒤로 호박씨 까는, 실상은 포르노를 즐기고 싶어하는 잠재의식의 한 표출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도 임신하니, 정말?”
목소리 중에 유난히 식별되는, 예컨대 허리가 다른 부위보다 더나갈 그 여학생의 말이다.
“누가 아니, 그럴 수도 있을지. 요즘은 세상이 그렇지 않니?”
“아무리 그치만 얘, 그건 말도 안 된다.”
“어째서?”
“남잔 임신을 하는 게 아냐.”
“그럼?”
“우리 같은 여자한테 임신을 시키는 악덕자야.”
“악덕자?”
“그렇다니까. 임신이 얼마나 힘든 건데.”
해 본 애처럼 말하고 있네.”
“그 정도야 상식이지. 그럼, 넌 모른단 말이니? 꼭 해 봐야만 안다는 거야?”
“그거야…… 그런데 얘, 넌 그럼 평생 동안 임신 안 할 작정이니?”
“뭐어?”
이어서 끼득끼득, 깔깔 킥킥대며 웃어댔다. 보자보자 하니 보인다던가. 신중도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해도 너무한다 싶어서였고, 그래도 되는 건가 해서였다. 대체 얼마나 발랑까진 지지배들인가 싶기도 했다. 우뚝 멈추어 휙 돌아서서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거기까지는 용기가 없어서 그냥 걸어가고 있는 신중이었다. 문득 고것들 되게 까졌네, 몹시 밝힐거야, 결혼하면, 하고 생각하자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신중의 자존심을 그네들이 드디어 건드리기 시작했다.
“우습다. 정말이지. 적당한 이름이 되게 없었나 봐.”
“그러게 말야.”
“남자 이름이 그게 뭐니, 글쎄. 안 그래?”
“난 그렇게 생각안해.”
“뭐라고?”
“얼마나 멋지니. 임신중이라는 이름말야.”
“멋진 거 두 번만 찾아다간 멘스 중이겠다. 멘스중.”
“멘씨 성은 없어.”
“월씨가 있으면 되겠다. 월경중, 안 그래?”
상대의 태도나 여러가지 작태 때문에 신중은 그때까지도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멘스중이니 월경이니 하는 거북살스러운 단어들에 곤혹스러워서였다.
“한 가지 우리가 빼먹은 게 있어.”
“뭔데?”
“몇 개월째냐고 물어보는 건데. 그랬어.”
“그랬구나아. 임신중이라니까.”
그때 전광석화와 같이 신중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임신중?……
바로 그거였다. 순간 그는 자신의 가슴팍에 단정히 달려있는 명찰을 내려다 보았다. 분명했다. 그것 때문이다. 거기 한글로 똑똑히 ‘임신중’이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