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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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8>
  • 한지윤
  • 승인 2014.08.01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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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못 속인다.”
“대체 뭐가?”
“머슴아 녀석이 뒤뜰에 물 떠다 놓고 멱 감는 주인 아가씨 알몸을 훔쳐보다 들킨 것 같더라니까?”
묻는 투가 역시 나이 탓인지 징그럽게 어른스러웠다. 신중으로서는 거기가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그에게 한 가지 경험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실수로 교원용 화장실 문을 벌러덩 열었던 것뿐이다.
공교롭게도 (아니면 그 여선생의 습관 때문인지 모르겠는데)3학년을 맡은 처녀 선생은 문 쪽으로 등을 둔 채 쭈그리고 앉아 한 참 물소리를 내는 중이었고 신중의 시야를 가득 채우며 다가온 것은 상상할 수 없이 커다란 맨살엉덩이 뿐이었다. 여선생의 엉덩이가 그토록 거대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그로부터 한동안 엉덩이의 환상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얼른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에 상대는 신중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신중은 옷을 입은 그 여선생을 볼 때마다 믿어지지 않았다. 날씬한 체격에 그토록 엄청난 엉덩이가 있다니 싶었고, 그 거대한 덩어리가 옷 속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 기적을 목격하는 그런 기분이었던 것이다. 신중으로서는 호동의 그런 질문에 세대 차이를 느꼈다. 세대 차이라는 게 사실 따지고 보면 자동차 열 대와 일곱 대의 차이긴 하지만……. 구태여 따지자면 백 대와 아흔 일곱 대도 역시 세대 차이긴 하다. 단위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마찬가지인 게 확실한데 아무래도 호동과의 차이가 그런 것 하고는 전혀 달리 느껴지는 신중이다. 호동은 뭔가 찾아내야 되겠다는 눈치였다.
“신중아, 우린 친구지?”
“그래.”
“그런데 뭘 숨기니?”
“숨겨?”
“그래. 그러지 말고 까놓고 얘기해 봐.”
“무슨 일 있었니?”
“정말야. 아무 일도 없어. 어서 교실로 들어가자.”
신중은 앞장서서 교정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호동은 여전히 석연치 않아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다. 신중은 목욕하는 아가씨를 훔쳐보다 들킨 머슴 같은 표정이었던 것이다. 죄를 지었다거나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런 일은 대수롭지도 않다. K여고학생의 뒷모습 쯤 훔쳐보았다고 죄 될 리는 없다. 옷 속에 숨겨진 여자의 은밀하고 신비롭고 기절할 것 같은 무엇을 상상한 것도 아닌 다음에야 더더구나 그렇다. 땡전 한 푼어치 죄도 되지 않는다. 지금은 비록 중학교 2학년 꼬맹이라도 그렇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는 어른들처럼 몇 군데(꼬집자면 위로 두 군데와 밑으로 한 군데지만)에 털도 적당히 나고 또 그러다 보면 모든 걸 알게 될 텐데 여학생 뒷모습 정도 본다고 죄는 무슨…….
어린 소녀가 우연히 이상한 광경을 보고 엄마한테 어른들은 왜 고추에 머리털이 나는냐든가, 엄마하고 목욕하던 중에 갑자기 엄마의 그것이 무섭다며 도망치려는 경우 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서양의 속담에 이런 것이 있다. 다섯 살짜리 소녀 아이가 낮잠을 자는 삼촌한테 갔다가 매우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이상한 장난감 같은 것이 몸에서 옷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신기하게 여기며 만져보자 그것이 점점 커지는 게 아닌가.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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