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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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9>
  • 한지윤
  • 승인 2014.08.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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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해서 자꾸 만지다 보니 기절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 아이는 울상이 된 채 엄마에게 달려가 울먹이며 구원을 요청했다. 삼촌의 몸에 있던 풍선을 터트렸다며 엄마의 팔을 잡아끄는 것이다.
“대체 뭘 가지고 그러니?”
젊은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게 되었는데 딸아이가 가리키는 시동생의 몸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엄마, 도와 줘.”
엄마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고 그 자리에 선 채 두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그 놀라운 무엇을 계속 훔쳐보고 있었다. 젊은 엄마는 왜 놀랬고 소녀가 삼촌의 몸에 있던 풍선이라고 말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 아는 사람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분리되고 격리되어 세상에 고고의 성을 울릴 때에야 어디 남녀의 차이가 또 다른 게 있을 것인가. 허지만 지금쯤은 남녀의 차이가 분명할 정도가 아니다. 옛날 옛적 색씨 등에 업혀 누룽지 긁어 달라던 나이도 지난 신중이다.
어쩌면 여리던 고추가 제구실을 해서 자손을 원하시는 늙으신 부모님의 기대에 십분 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을 수도 있는 나이에 여학생의 뒷모습 쯤 보았다고 해서…… 옛날 옛적에 태어난 여자 같으면 신중이 나이에 이미 시집살이를 시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의 17세 처녀가 오늘날의 30세 처녀보다 더욱 노처녀 대접을 받았을 뿐 아니라 가문의 망신살이었으니까. 신중과 호동은 타고난 성격에 현격한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도 이들 둘이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 아인시타게(아인슈타인일 테지만)의 상대성원리 탓이 아닌가 싶다. 평소 학교의 성적 면에서는 수준급을 달리고 있는 것이 신중이다. 성격적으로는 약간의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사내 녀석 치고는 활발한 성격이 결여되어 있었고, 계집아이처럼 소심할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신중에 비해 호동은 전혀 달랐다. 싸나이 다운 기질이 백 퍼센트 포인트를 지나 3백 퍼센트 포인트나 되지 않을까 부쩍부쩍 의심할 때가 있을 정도였다. 언젠가 신중이 소원이 뭐냐고 물었을 때 녀석의 대답이 딱 제격에 맞는 것이었다.
“내 소원 말이지? 그건 쇠고기로 해서 불고기 10인분 정도 먹어 보는 거야, 핫핫!……”
하여튼 인물인 것만은 사실인 호동이다. 신중 역시 땅딸보 패거리거나 볼품없는 졸장부처럼은 생기지 않았다. 표준치에서 전혀 결격사유가 없었다. 1m 68cm의 키에 57kg이고 보면 더 설명이 필요치 않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이 호동과 함께 있을 때에는 형편없이 왜소해 보이곤 했다. 몸집에서 차이가 났다. 체중이 우선 57과 65kg인데다 키 또한 1m 74cm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좌우간 신중과 호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찰떡궁합 아니 고무줄과 팬티 사이인 것만은 S교의 자타가 승인하는 사이였다.
그런 호동과 신중 사이에 전혀 다른 점은 호동의 성격 가운데 짖꿎은 장난기가 상당히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고의적이거나 혹은 악랄하게 악질적으로 누구를 골탕먹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장난기로 시작해서 장난으로 짖궂은 성격을 발휘했다. 그런데 이따금씩 그 장난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골탕먹는 아이가 생기기도 하는 것은 전적으로 호동의 책임이 아니었다. 여기서. 내친 김에 호동이 녀석에 대한 신중과의 우정이 싹트게 된 동기와 사연을 듣고 다음으로 넘기는 게 좋겠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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