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각에는 내가 꿀릴 것 같아 뵈니?”
“그래도 걱정돼……저 상급생은 체육부가 분명해.”
“걱정 없어.”
“정말?”
“야, 왕년에 운동 안 해 본 사람 어디 있냐? 넌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웬만하면……”
“기권하라고?”
“상대는 상급생이야.”
“그걸 누가 모른다니? 적당한 조건이 제시됐잖아.”
한편 상급생들 역시 한 쪽에서 자기들끼리 무엇인가 수군거렸다. 나름대로의 작전을 짜고 있는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쪽에서도 여유만만 한 표정으로 호동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대결 상대자뿐 다른 두 명은 호동의 태도에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드디어 책상 하나에 각각 양쪽으로 의자가 놓여졌다. 두 덩치가 서로 마주보며 그 의자에 앉았다.
1학년 신입생과 2학년 선배의 운명이 걸려 있는 한 판 씨름이 아닌 팔씨름이 벌어지기 직전의 긴장된 순간이다. 모두들 숨을 죽였다. 이것은 결코 둘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당당히 나선 실베스타 스텔론인지 스텔스타 실베론인지의 오버 더 톱과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그것하고는 전혀 달랐다. 실제의 인간적인 면에서는 누구보다 겁이 많은 실베스타 무슨론인가라고 했다.
용기라고는 전무한데 다만 영화 속에서만 잘 단련시킨 근육질의 체격을 바탕으로 람보도 되고 무엇도 된다는 것이었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적어도 헐크 호간 정도는 되어야 그나마 무허가 복사판 B급 비디오테이프라도 어렵게 구해서 보려고 할 게 아닌가. 게임의 룰이 정해졌다. 겁도 없는 5판 3승제였다. 처음 호동은 단판에 끝낼 것을 제의했다. 그만큼 확신으로 가득 찬 호동이다. 그러나 상대가 상급생답게 그런 안을 제시, 3대 2의 비율로 통과시킨 룰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가. 그토록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호동이 내리 두 판을 졌다.
“그럼 그렇지, 제깐놈이 감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것도 몰랐냐?”
상급생들은 그런 눈빛으로 호동과 신중을 흘끔거렸다. 뱁새눈은 벌써 눈앞에서 독특한 냄새로 구미를 돋구는 짜장면을 그리는 듯이 얄밉게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아니었다. 호동을 꺾기는 했지만 이미 무엇을 알아차린 당사자였다. 즉 실력적인 면에서 호동이 월등하다는 사실을 감각으로 알아차렸다.
그가 비록 상급생이지만 호동의 실제 나이가 위이고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나이로 따지자면 그렇지만 실제로 호동은 선배의 체면을 참작해서 봐주었던 것이다. 결론은 버컹검. 세 번째 판부터 내리 세 판을 호동의 개구리 뒷다리 같은 팔뚝이 역도로 달련된 상급생의 팔뚝을 보기 좋게 꺾어 승리했다. 그 다음이 중요했다.
“그래, 내가졌다. 솔직히 패배를 인정한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