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당신의 건강을 돌보길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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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신의 건강을 돌보길 바라는가?
  • 이훈호<(가)홍성우리마을의료생협>
  • 승인 2014.09.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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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에 참여한 인원이 200만명에 가깝고, 국민들의 반대여론도 90%이상으로 조사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금 추진하는 정책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며 반대여론은 정부 정책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의료가 신산업의 동력이 되도록 영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불통의 정치는 너무나 익숙하다. 물욕에 가득한 정부정책이 4대강으로 지난번엔 자연을 헤치더니 이번엔 사람자체 건강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무리 모든 물건과 서비스가 상품이 되는 세상이라지만, 사람의 건강까지 상품화하고 산업화하는 것은 제한해야한다.

‘신규암 환자의 1년 동안 평균 치료비 1159만원’이라며 자기 좋을대로 통계를 해석하는 암보험 광고처럼, 건강관련 산업은 끊임없이 개인의 건강염려와 불안심리, 때로는 극단인 공포를 이용하여 마케팅 한다. 건강이 상품화되면, 더욱 다양한 건강상품이 등장할 것이다.

돈만 충분하다면 지금보다 더 만족스럽게 누릴 사람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은 건강불안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건강식품을 먹고 예방주사를 맞고 건강관리를 받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 돈이 더 필요하고, 건강을 더 해쳐가며 돈을 벌어야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불안과 공포 마게팅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의연한 자기확신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어떤 순간에나 이러한 의연함을 갖기는 어렵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적이고 착한 의료를 바란다. 돈벌이와 상관없이 내 몸의 건강을 위하는 좋은 의사를 만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 ‘인간적으로 착한 의사’를 만날 수도 있지만 ‘인간적이고 착한 진료’를 만나는 것은 어렵다. 시스템이 문제이다.

‘의사’는 저수가와 행위별수가체제 안에서 작은 개혁에도 주저하는 민감한 경영자가 되었다. 공공성을 대표하는 의료보험공단도 늘어나는 진료비와 부족해지는 보험금으로 민영화 국면에서도 정부 눈치만 보고 있는 형편이다. 이 시스템에 국민은 없다. 의료민영화논란 초기부터 정부는 의협을 논의대상으로 생각했고 동맹휴업 복귀이후에는 지금까지 거침이 없다.

국민들은 그저 주면 주는대로 받고 팔면 파는대로 사야하는 존재이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주체로 ‘양심 없는 자본’이 등장한 것이다. 수많은 근로자를 아픔에 빠트린채 먹튀를 하고, 젊은 소녀에게 직업질환을 만들면서도 끝까지 인정 안하려는 거대자본들이 의료 체계의 테이블에 참석하려 한다. 전환이 필요하다.

질병의 성격이 과거의 급성질환에서 이제는 만성질환으로 바뀌면서 의사와 환자관계도 ‘부모- 자식’ 유형에서 ‘동반자’ 유형으로 변하고 있다. 의료체계도 변해야한다. 그러려면 자본이 아니라 주민이 채워져야한다. 일차적으로 사람의 연대가 필요하다. 의사와 환자의 연대가 필요하다. 의료기관, 보건기관도 공공성을 강화하고 이용자들과 소통을 통해 ‘동반자’로 만들어야한다.

지역주민도 적극적으로 지역내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주장하고 응원해야 한다.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적극적인 협력자로 역할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의료협동조합’과 같은 주민참여형 의료기관에 대한 논의도 더욱 풍성해져야 한다. 현재의 체계 속에서 이러한 실험은 다양한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

건강의 산업화와 의료민영화라는 오늘의 현실은, 그동안 경제성장에만 집중해온 우리사회의 물욕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의사에게 높은 윤리의식과 따뜻함을 요구하고 있다. 착한 의사가 착한 진료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의료체계에도 자본의 논리보다는 도덕성과 인간성을 키워나가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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